느린 걸음이 더 느려지며 결국엔 멈춘다. 문득 눈에 들어 한참을 머물게 하는 장면이 있다. 새롭게 만나 낯설거나 익숙하여 더 주목하는 경우들이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이라고 하지만 나는 멈추게 하는 요인에 주목한다. 관심사에 따라 또는 경험에서 얻은 특별함이 있에 멈출 수 있고, 멈춰서 보이기 전에 이미 내 안어 존재하는 무엇을 발견하고 멈추게 된다.

매년 같은 시기에 같은 장소를 찾아가는 이유도 다르지 않다. 시공時空이 함께 어우러져 만들어 낸 특별함 속에 머물러 내 안의 그것과 만나고자 함이다.

덩굴개별꽃이 피었다. 내 안의 무엇이 소박함이 주는 이 특별함과 닮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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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방울새란'
서남쪽 바닷가로 나섰다. 긴 다리를 건너는 그쪽으로는 첫나들이지만 함께하는 벗이 있어 편안하기만 하다. 첫나들이는 첫눈맞춤을 기대하는 길이니 먼길이 가깝기만 하다.
 
특이한 이름이다. 방울새는 새의 울음소리가 방울소리처럼 들린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홍자색으로 피는 꽃 모양이 이 방울새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큰방울새란은 꽃이 닮았는데 크기가 방울새란에 비해서 크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섬의 수풀 우거진 습지에 하늘보며 꽃잎을 벌리고 있는 모습에서 충분히 짐작되는 이름이다.
 
육지와 섬을 이어주는 긴 다리를 눈앞에 두고서 귀한 꽃을 먼길 나서서 귀하게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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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_읽는_하루

잃어버린 문장

푸장나무 향기가 풋풋한 마당
쑥대를 태우며
말대방석에서 어머니 무릎을 베고 누워
별과 별을 이어가며 썼던 문장이 뭐였더라?

한 점 한 점 보석으로 박아주던 문장
어머니의 콧노래를 받아 적던 별의 문장

푸장나무도 없고 쑥대도 없어
밀대방석을 만들던 아버지도 없고
어머니 무릎마저 없어
하늘공책을 펼칠 수도 읽을 수도 없는 문장

별과 별을 이어가던 문장이 뭐였더라?
한 점 한 점 보석으로 박아주덕 그 문장이.

*공광규 시인의 시 '잃어버린 문장'이다. 내겐 할머니의 다독임으로 기억되기에 잊혀진 목소리를 더듬는다. 없어진 것들은 내 안에서 잠들어 있었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구례통밀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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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 그 황홀한 빛의 숲에 들었다.
이른 시간 숲은 이미 빛의 세상이다. 한낯 햇살의 뜨거운 기운이 맹위를 떨치기 전 숲으로 파고드는 햇살의 느긋함이 담긴 시간의 숲이 좋다. 터벅터벅 적막을 깨는 스스로의 발자국 소리의 리듬에 귀 기울이는 시간으로의 나들이다.

헉헉대며 산길을 오르는 이의 숨가픔을 다독이는 바람결이 스치는 나무그늘에 들어 지나온 길을 더듬는다. 비탈면 언저리에 빛이 들었다.

산 너머의 이야기를 전하는 바람 소리, 반가움과 경계를 넘나드는 새의 울음, 눈 보다는 코의 예민함을 건드리는 숲의 향기에 넘실대는 산그림자의 손짓, 오랜만에 만난 동무를 반기는 다람쥐와 앞서거니 뒷서거니 숲 속 한식구가 누리는 시간의 공유다.

숲, 숨에 틈을 내는 시공時空에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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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백 박덕준

2021 순천전 묵서 소품 세필서예


2021. 6. 19 ~ 7. 4

연경갤러리(순천시 중앙로2길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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