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듯 하지만 불쑥 치닿는 감정이 있다. 버거운 일상에서 지난날을 돌아보게 하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그것이다.

사회적 약자들이 꽃길을 걷게 하고자 했던 이가 그 몸 마져 버렸던 날이다. 꽃에 물든 마음은 어디에 깃들어 있을까.

"꽃에 물든 마음만 남았어라
전부 버렸다고 생각한 이 몸속에"

*벚꽃과 달을 사랑하며 일본의 헤이안 시대를 살았던 가인으로 다양한 작품을 남긴 '사이교'의 노래다.

강한 볕과 맞짱이라도 뜨려는듯 강렬한 기운을 전하는 꽃이다. 강물의 품 속에 핀 꽃을 보기 위해 허리를 숙여 몸을 낮춘다. 스치는 풍경이 아니라 일부러 주목하여 멈추는 일이고, 애써 마련해둔 틈으로 대상의 색과 향기를 받아들이는 정성스런 마음짓이다.

꽃은 보는 이의 마음에 피어 비로소 향기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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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화화'
산들꽃이 관심의 중심이니 뜰에 들어온 원예종은 눈길이 덜 가는게 사실이다. 그래도 눈맞춤을 건너뛸 수 없는 꽃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중 하나가 이 초화화다. 초화화라고 한다지만 유통명인 듯 싶고 정식 명칭은 알지 못한다. 여름 내내 피고지기를 반복하니 가까이 두고 관상하기에 꽃 좋아하는 이들에게 관심을 받고 있나 보다.
 
붉은 색의 꽃들이 줄기 끝에 달렸다. 볕을 좋아해서 낮에 피는 꽃으로 바람따라 한들거리는 모습이 여유롭게 보여 좋다. 멀리서 봐도 자세히 봐도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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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범의귀'
실물은 본적도 없고 사진으로도 마찬가지니 앞에 두고도 못 알아보는 것은 당연하다. 멀리 있고 더구나 귀한 것이니 다시 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북방계식물로 백두산에는 흔하게 보인다지만 국내에서는 자생하는 곳이 극히 드물다고 한다. 볼 수 있었던 것만으로 행운이다.
 
꽃 진자리에 우뚝 선 모습이라 여전히 다 본 것이라 말하지 못한다. 그 특이한 모양을 머리속으로만 상상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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鶴 학

人有各所好 인유각소호
物固無常宜 물고무상의
誰謂爾能舞 수위이능무
不如閑立時 불여한입시

사람마다 각자 좋아하는 바가 있고
사물에는 원래 항상 옳은 것은 없느니라
누가 학 너를 춤 잘 춘다고 했나
한가롭게 서 있는 때만 못한 것을

*백거이白居易(772-846)의 시다. "不如閑立時 불여한입시" 크게 덥다는 대서大暑에 의외로 신선함을 전하는 바람결에 놀란다. 때문인가. 이 싯구가 문득 떠올라 오랫동안 머문다.

요동치는 세상에서 중심을 잡기란 그리 쉽지가 않다. 나를 둘러싼 환경이 그러하니 나 또한 그 요동에 너무도 쉽게 휩싸이게 된다. 말이 많아지고 시류에 흔들리는 몸따라 마음은 이미 설 곳을 잃었다.

긴 목을 곧추 세우고 유유자적 벼 사이를 걷는 학의 자유로움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숲 속의 꿩도 그 이치를 안다는듯 고개를 곧추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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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쏟아지던 비가 그쳤다. 하늘에선 연신 비행기가 연신 환영 퍼레이드를 펼치고 그 사이에 간혹 나오는 볕이 반갑다.

현玄.
"검다ㆍ적흑색ㆍ하늘빛ㆍ아득히 멂" 이라는 사전적 의미보다 더 넓고 깊은 무엇을 공유하는 색이라고 이해한다. 단어가 뜻하는 의미는 사뭇 더 넓고 깊다.

제주 현무암 위에 생명의 세상이 펼쳐진다. 시선의 높이는 마음에 틈을 가진 이들의 넓고 깊은 창의 다른 표현이다. 보이는대로 담는다지만 자신이 품을 수 있는 것만 볼 뿐이다.

현玄, 검지만 탁하지 않음이 진흙 속에서 피는 연꽃과 다르지 않음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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