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린다는 것'

막연함이 아니라 확신이다. 든든한 믿음이 있기에 느긋함을 포함한다. 다소 시간이 걸리고 먼 길 돌아오게 되더라도 꼭 온다는 믿음으로 그 수고로움을 기꺼이 감수한다. 이때의 기다림은 고통이 아니라 오히려 기쁨의 다짐이다.

이 확고한 믿음 없이 상사화는 어찌 그 긴 시간을 견디며 매미는 땅속의 시간에도 내일을 꿈꾸고 민들레는 갓털은 어찌 바람에 그 운명을 맞기겠는가?

이러한 믿음은 의지의 산물이라기 보다는 심장 박동이 가르쳐준 본래의 마음자리에 근거한다. 머리의 해석보다 더 근본자리인 가슴의 울림으로부터 출발한다.

금강초롱, 긴 시간을 기다렸고 먼길을 달려와 첫눈맞춤을 한다. 짧은 눈맞춤이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까지를 아우르는 시간이다.

미소는 어제나 내일이 아닌 오늘의 몫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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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쟁이바위솔"
작디작은 것이 바위에 의지해 터전을 꾸리고 순백의 꽃을 피운다. 어쩌다 바위에 터를 잡아 고난의 시간을 보내는 것일까.

꽃을 피워 스스로를 드러내고 그것으로 다시 삶을 이어가는 것이 사람 사는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고맙다. 간밤에 내린 비와 지나가는 바람만 겨우 인사를 건네지만 그것으로도 충분하다.

'난쟁이바위솔'은 작고 바위에 붙어 살며 잎 모양이 솔잎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안개가 많은 깊은 산의 바위틈에서 주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키는 작고, 잎은 줄기 끝에 모여 있으며 끝이 뾰족하다.

꽃은 흰색과 연분홍색이다. 이 식물은 안개에서 뿜어주는 습기를 먹고 살아가기 때문에 안개가 자주 끼지 않아 바위나 주변에 습기가 없는 곳에서는 꽃이 연분홍색으로 자라며 잎의 특성상 푸른색도 옅어진다. 그러다가 다시 수분이 많아지면 잎의 푸른색이 돌아오고 꽃도 흰색으로 된다.

척박한 환경에서 날아남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라는 듯 '근면'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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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바위취'
남덕유산을 오르는 지친 몸을 환영이라도 하듯 반짝거리던 모습으로 처음 만났다. 이후 가야산과 덕유산 향적봉 정상 바위틈에서 만나면서 반가움으로 눈이 반짝인다.
 
하늘의 별이 땅으로 내려와 꽃으로 핀 것이 많은데 유독 작으면서도 다섯 갈래로 갈라진 꽃 모양이 꼭 그 별을 닮았다. 하얀 꽃잎 사이에 꽃술도 나란히 펼쳐진다. 험한 환경에 자라면서도 이렇게 이쁜 모습으로 피어나니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바위취는 바위에 붙어산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참바위취는 작은 바위취라는 뜻이라고 한다. 국내에만 자생하는 특산식물이다. 비슷한 종류로 바위떡풀이 있는데 잎이 심장형인 것이 다르다.
 
높은산 그것도 바위에 붙어 살면서도 이쁜 꽃을 피우기까지 그 간절함을 귀하게 보았다. '절실한 사랑'이라는 꽃말로 그 수고로움을 대신 위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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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슬蕭瑟바람을 기다린다. 볕의 기세가 한풀 꺾여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계절을 기다리는 마음은 이미 대숲을 건너 북쪽으로 향하고 있다.

아침 기온이 전해주는 소식에 조금은 더 깊어져야 한낯의 볕이 반가울 때라지만 간혹 쏟아지는 소나기가 까실한 공기를 불러오니 문턱은 넘어선 것으로 본다.

할일없다는 듯 대숲을 걷다가 혹 챙기지 못한 내 흔적이라도 있을까 싶어 돌아본 자리에 발걸음이 붙잡혔다. 한동안 허공에 걸려 한들거리는 댓잎하고 눈맞춤하였더니 여긴 어디? 나는 누구? 흔들리는 나를 댓잎이 가져가버렸다.

소슬바람을 기다리는 내 마음이 저 허공에 걸린 댓잎과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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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나리'
남덕유산(1507m)을 오르게 했던 꽃을 매년 가야산(1430m)에서 보다가 올해는 다시 처음 봤던 남덕유산에서 만났다. 가야산에 비해 다소 긴 능선을 오르고 내리는 동안 꽃놀이하느라 좋은 시간을 보냈다.
 
크지 않은 키에 솔잎을 닮은 잎을 달고 연분홍으로 화사하다. 다소곳히 고개숙이고 방긋 웃는 모습이 막 피어나는 아씨를 닮았다지만 내게는 삶의 속내를 다 알면서도 여전히 여인이고 싶은 중년의 수줍음으로 보인다.
 
꽃은 밑을 향해 달리고 꽃잎은 분홍색이지만 자주색 반점이 있어 돋보이며 뒤로 말린다. 길게 삐져나온 꽃술이 꽃색과 어우러져 화사함을 더해준다. 강원도 북부지역과 남쪽에선 덕유산과 가야산 등 높은 산에서 볼 수 있다.
 
살며시 전해주는 꽃의 말이 깊고 따스하다. 아름다움을 한껏 뽑내면서도 과하지 않음이 좋다. 그 이미지 그대로 가져와 '새아씨'라는 꽃말을 붙였나 보다.
 
마음이 일어나고 기회가 되면 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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