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타령

창밖에 국화를 심고 국화 밑에 술을 빚어 놓으니
술 익자 국화 피자 벗님 오자 달이 돋네
아이야 거문고 청쳐라 밤새도록 놀아보리라
아이고 대고 허허 성화가 났네 헤

청계수 맑은 물은 무엇을 그리 못잊는지 울며 느끼며
흐르건만 무심타 청산이여 잡을 줄 제 모르고 구름은 산으로 돌고 청계만 도냐
아이고 대고 허허 성화가 났네 헤

허무한 세상에 사람을 내일 제 웃는 길과 우는 길은
그 누가 내었든고 뜻이나 일러주오 웃는 길 찾으려고
헤매어 왔건마는 웃는 길은 여영 없고 아미타불
관세음보살님 지성으로 부르고 불러 이 생의 맺힌
한을 후생에나 풀어주시라 염불발원을 허여보세
아이고 대고 허허 성화가 났네 헤

만경창파 수라도 못다 씻은 천고수심이 위로주 한 잔
술로 이제 와서 씻었으니 태뱅이 이름으로 장취불성이 되었네
아이고 대고 허허 성화가 났네 헤

꿈이로다 꿈이로다 모두가 다 꿈이로다 너도 나도
꿈속이요 이것 저것이 꿈이로다 꿈깨이니 또 꿈이요
깨인꿈도 꿈이로다 꿈에 나서 꿈에 살고 꿈에 죽어가는 인생 부질없다 깨려는 꿈은 꾸어서 무엇을 할거나
아이고 대고 허허 성화가 났네 헤

빗소리도 님의 소리 바람소리도 님의 소리
아침에 까치가 울어대니 행여 임이 오시려나
삼경이면 오시려나 고운 마음으로 고운 임을 기다리건만 고운 임은 오지않고 베게 머리만 적시네
아이고 대고 허허 성화가 났네 헤

국화야 너는 어이 삼월 동풍을 다 보내고 낙목한천
찬 바람에 어이 홀로 피었느냐 아마도 오상고절이
너 뿐인가 하노라
아이고 대고 허허 성화가 났네 헤

얄궂은 운명일세 사랑이 뭐길래 원수도 못보는 눈이라면 차라리 생기지나 말 것을 눈이 멀었다고 사랑조차 멀었든가 춘 삼월 봄 바람에 백화가 피어나 듯 꽃 송이마다 벌 나비 찾어가듯 사랑은 그 님을 찾아 얼기설기 맺으리라
아이고 대고 허허 성화가 났네 헤

지척에 임을 두고 보지 못한 이 내 심정 보고파라
우리님아 안보이네 볼 수 없네 자느냐 누웠느냐 애 타게 불러봐도 무정한 그 님은 간 곳이 없네
아이고 대고 허허 성화가 났네 헤

아깝다 내 청춘 언제 다시 올거나 철 따라 봄은 가고
봄 따라 청춘가니 오는 백발을 어찌 헐끄나
아이고 대고 허허 성화가 났네 헤

https://youtu.be/sC_O8fLduXo

*자주 들어 익숙한 가락이지만 제대로 내용을 음미해 볼 생각을 못하다 이제서야 정독해 본다. 순전히 국화를 핑개삼아 듣는 것이라지만 영화 취화선에 나왔던 김수연 명창의 소리를 찾아 듣는다.

왜 흥타령인지 듣고 또 듣고 가락도 가사도 익숙해질 무렵에서야 짐작만 할 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감국
비행기를 타고 짠물을 건너간 이유 중 하나가 이 꽃이 군락으로 핀 모습을 볼 수 있을거란 기대가 한몫했다. 바다와 갯쑥부쟁이에 집중하는 일행을 뒤로 하고 먼저 길을 나선 이유도 그것이었다.
 
바닷가를 한가롭게 걷는 동안 언듯 보이는 모습에 때가 아닌 것이라 여겨 핀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여겼다. 육지의 바닷가 바위에 걸쳐진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라 더 세심하게 살피게 되었다.
 
감국, 꽃잎을 씹었을 때 단맛이 배어 나온다고 하여 달 감(甘)자를 써서 감국이라고 부른다. 만나면 한번씩 씹어보는 이유는 향과 맛을 동시에 품고자 하는 마음에서다.
 
섭지코지 그 바닷가 벼랑에 만발했을 감국의 향기를 마음 속으로 그려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시읽는수요일

큰 산에 피는 꽃은 키가 작다

드디어 여기에 도착했다
아직 만질 수 없고
닿지 않는 거리지만
기억하라, 수고로운 담의 능선
긴 탄식의 강물을 지나
도처에서 일어서는 철쭉의 시위
그리고 은밀한 안개의 방해를 뚫고
뿌리 깊숙히 이어지는 햇살을.
이제 더 이상의 악몽은 없다
그대여 상처받기 쉬운
지난날들을 되돌아보지 말자
그러나 한 생명도 빠뜨리지 않고
제각기 피어나 강력한 군집을 보라

거기 진리의 꽃무덤을 쌓고
다시 비바람치고 새 우는 저녁
스스로를 벼랑 위에 세운 채
자비를 구하며 지는 그늘 하나여.

*임동확 시인의 "큰 산에 피는 꽃은 키가 작다"이다.

#류근_진혜원_시선집 #당신에게_시가_있다면_당신은_혼자가_아닙니다 에서 옮겨왔습니다. (21)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구례통밀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사철가
이산 저산 꽃이 피니
분명코 봄이로구나
봄은 찾어왔건마는 세상사
쓸쓸하드라 나도 어제 청춘일러니
오날 백발한심하구나
내 청춘도 날 버리고
속절없이 가버렸으니
왔다 갈 줄 아는 봄을
반겨헌들 쓸떼가 있나
봄아왔다가 갈려거든 가거라
니가 가도 여름이 되면
녹음방초승하시라
옛부터 일러있고 여름이가고
가을이 돌아오면
한로상풍 요란해도
제절개를 굽히지않는
황국단풍도 어떠헌고
가을이 가고 겨울이 돌아오면
낙목한천 찬바람에 백설만 펄펄
휘날리어 으으은세계 되고보면은
월백설백 천지백허니
모두가 백발의 벗이로구나
무정 세월은 덧없이 흘러가고
이 내 청춘도
아차 한번 늙어지면
다시 청춘은 어려워라
어화 세상 벗님네들
이네한말 들어보소
인생이 모두가 팔십을
산다고해도 병든 날과
잠든 날 걱정 근심 다 제하면
단 사십도 못 산 인생아
차한번 죽어지면
북망산천의 흙이로구나
사후에 만만진수는
불여생전일배주만도 못
하느니라 세월아
세월아 세월아 가지말어라
아까운 청춘들이 다 늙는다
세월아 가지마라
가는세월어쩔꺼나 늘어진 계수나무
끝끝트리다가 대랑 메달아 놓고
국고투식허는 놈과 부모불효
허는 놈과 형제화목 못허는 놈
차례로 잡어다가 저 세상으로 먼저
보내버리고 나머지 벗님네들
서로 모여 앉어 한잔 더 먹소
그만 먹게 허면서
거드렁거리고 놀아보세

https://youtu.be/0uPJHNQKbJI

*대설大雪이란다. 눈 대신 짙은 안개와 된서리로 맞이한 하루다. 겨울이라지만 춥기는 커녕 다 누리지 못한 가을을 애석해 하는 것처럼 연일 볕이 좋다.

역병에 선거철까지 겹쳐 시절이 하수상타지만 "차례로 잡어다가 저 세상으로 먼저 보내버리고" 싶은 놈들이 많다. "벗님네들 서로 모여 앉어 한잔 더 먹소 그만 먹게 허면서 거드렁거리고 놀아보"려면 투표 잘 해야한다.

이 좋은볕 가슴에 품어두었다 필요할 때 꺼내리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잔나비나물
것쑥부쟁이에 취해 해안가를 걷다가 익숙한 꽃을 만났다. 내가 아는 그것이려니 했으나 같이 간 벗에게 물어보니 아니란다. 이름이 다르니 분명한 차이점이 있을텐데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검색해보니 분명 있는 식물이다. 나비나물, 긴잎나비나물, 큰나비나물, 광양나비나물, 애기나비나물, 함경나비나물, 잔나비나물 등. 이를 다 어찌 구분한단 말인가.

거문돌이 있는 그 바닷가에서 눈에 들어온 것으로 그냥 그렇게 본 것으로 만족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