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박꽃나무
모든 꽃은 어느 순간이나 아름답다. 꽃이라는 이유만으로 마땅히 주목 받아야 한다. 잠시 피는 꽃이지만 꽃이 피기까지의 수고로움과 열매 맺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의 결과임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모든 꽃이 동등하게 주목 받지는 못한다. 사람 마다 취향과 호불호가 다르고 보는 목적이 달라서다. 나 역시 수많은 꽃을 찾아 발품 팔면서도 유독 마음이 가는 꽃은 따로 있다. 그 중 이 함박꽃나무가 선두다.

깨끗하고 탐스러우며 특유의 향기 또한 은근하고 깊다. 꽃잎의 백색과 붉은 빛이 도는 수술에 꽃밥의 밝은 홍색의 어우러짐이 환상적이면서도 기품있는 단아함을 보여준다. 모양, 색, 향기까지 무엇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을 가졌다.

때를 기다려 높은 산을 올라 기어이 보고나서야 비로소 여름을 맞이한다는 혼자만의 의미를 부여한다. 나에게는 나름 봄과 여름을 가르는 시금석 같은 꽃이다. 이 꽃을 본다는 핑개로 무등산을 올랐는데 언제부턴가 지리산에서 눈맞춤하게 된다. 올해는 가뭄 탓인지 노고단도 세석평전에서도 꽃보기가 쉽지가 않다.

전국 숲에서 자라지만 눈여겨 보는 이가 많지 않다. 비교적 해발 고도가 높은 지역에서 사는 이유도 한몫 한다. '산에 자라는 목련'이라는 뜻으로 '산목련'이라고도 하며, 북한에서는 '목란'이라 부르며, 국화로 지정하고 있다. 국가표준식물목록 추천명은 함박꽃나무다.

곱다. 흰 꽃이 잎이 난 다음에 밑을 향해 달려 피는데 향기가 좋다. 꽃그늘아래 있다보면 꽃향기에 취해 나무 곁을 벗어나기 힘들 정도다. 함박꽃나무, 입안에 머무는 이름이 꽃만큼이나 좋은 여운을 남긴다.

백련의 숭고함도 아니고 백모란의 원숙미와도 다르다. 순백의 꽃잎을 살포시 열어 보일듯 말듯 미소 짓는 자태가 중년으로 접어드는 여인이 곱게 단장하고 옅은 미소를 띈 모습으로 연상된다. '수줍음'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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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주머니란'
때맞춰 그곳에 가면 꽃 피어 반겨준다는 믿음이 주는 위로는 참으로 크다. 올해 두번째 발걸음에서 눈맞춤 했다. 혹시나 더 늘어나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감과 함께ᆢ.
 
붉게 염색한 조그마한 항아리를 달고 당당하게 서 있다. 특이하고 이쁜 꽃이 키도 제법 크니 쉽게 보인다. 이로인해 급격한 자생지 파괴가 일어났으리라 짐작된다. 그만큼 매력적인 꽃이다.
 
개불알꽃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꽃이 개의 불알을 닮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냄새 때문에 까마귀오줌통, 모양 때문에 요강꽃이라하며, 복주머니꽃, 개불알꽃, 작란화, 포대작란화, 복주머니 등 다양한 이름이 있다.
 
산림청에서 희귀식물로 지정한 보호대상종이다. '튀는 아름다움'이라는 꽃말은 이꽃이 수난당할 것을 예고하였는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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井戱作 정희작

不對靑銅久 부대청동구
吾顔莫記誰 오안막기수
偶來方炤井 우래방조정
似昔稍相知 사석초상지

우물에 비친 얼굴을 보고 장난삼아 짓다

오랫동안 거울을 보지 않았더니,
내 얼굴이 통 기억이 나지 않아
우연히 우물에 막 비친 모습은
전에 어디서 얼핏 본 듯한 녀석일세

*고려사람 이규보李奎報 (1168~1241)의 시다. 무신정권기를 살며 당대의 명문장가였다. 저서로 동국이상국집이 있다.

거울을 본적이 있던가? 아침 마다 수염을 깎으면서도 제 얼굴이 가물가물 하는 것이 셀카가 일상인 시대를 살면서도 남의 일이라 여겼으니 제 얼굴 볼 의지가 없는 것으로 봐야 한다.

옛사람들이야 방법이 없었으니 겨우 물에 비친 얼굴 보는 것이 전부였을 것이라 제 얼굴 잊어 먹은 게 이해가 된다.

뭔가 어색함을 피할 방법이 없어 프로필도 뒷모습이다. 이것도 큰 마음을 낸 결과이니 무엇이 제 얼굴 보기를 이토록 어렵게 하는 것일까. 세상 보기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으니 산 속 꽃에나 눈길을 둔다.

봄ㆍ여름ㆍ가을ㆍ겨울, 때를 놓치지 않고 숲에 들어 꽃을 찾는 것은 혹 잊어버린 제 얼굴을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어리석음은 아닌지. 전생의 기억을 찾아 헤매는 일이 만만치 않다.

꽃에서 제 얼굴을 만날 수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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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앵초'
높은 산 숲속에 꽃들의 잔치가 열렸다. 기꺼이 발품 팔아서 눈맞춤을 하는 꽃이다. 무리지어 아름다움을 뽑내는 것이 장관이지만 홀로 피어도 그 빛을 감추진 못한다.
 
홍자색 꽃들이 꽃대 끝에 모여 피어 머리에 화관을 쓴 듯하다. 앙증맞은 꽃이 넓은 잎과 어우러져 서로가 서로를 더 빛나게 한다.
 
앵초라는 이름은 꽃이 앵도나무의 꽃과 비슷해서 붙여진 것으로 큰앵초는 앵초보다 크다는 의미다. 잎의 모양과 크기 등으로 구분이 어렵지 않다.
 
갈길이 멀어 서두르거나 다소 여유로운 걸음의 사람들이 보랏빛 꽃에 눈길을 주지만 친근하게 이름을 불러주는 이는 몇명이 되지 않는다. 꽃 이름을 물어보는 사람은 여행길에서 오래된 벗을 만나듯 반갑다. 하지만, 꽃이 있는지도 모르고 걷기에만 바쁜이들에겐 꽃의 인사가 무색하기만 하다.
 
초여름 지리산 노고단으로 발걸음을 이끄는 꽃이다. 순탄한 길을 걷다가 행운이라도 만나듯 큰앵초를 본다. '행운의 열쇠'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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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읽는수요일

더딘 사랑

돌부처는
눈 한 번 감았다 뜨면 모래무덤이 된다
눈 깜짝할 사이도 없다

그대여
모든 게 순간이었다고 말하지 말라
달은 윙크 한 번 하는 데 한 달이나 걸린다

*이정록 시인의 시 "더딘 사랑"이다. 제각기 呼吸호흡은 다른 시간이 걸린다. 그 차이를 인정하는 것, 사랑의 출발점이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구례통밀천연발효빵 #들깨치아바타 #곡성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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