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덩굴
언제나 볼 수 있을까 싶었다. 같은 때 그 길을 수차례 걸었는데 보지 못하다 올해서야 눈맞춤 한다. 길가 바위를 의지해 덩굴을 뻗고서 손짓 하고 있었다.
 
종덩굴, 생긴 모양에서 이름을 얻었으리라. 덩굴성나무로 아래로 향해 꽃문을 살포시 열었다. 검은빛이 있는 자주색으로 피는 꽃이 무심한듯 피었다.
 
노고단을 오르며 여러개체를 보았던 세잎종덩굴과는 느낌이 다른다. 다른 색으로 피는 까닭이겠지만 더 강한 인상이다.
 
옹색하게 자리잡았지만 그곳이 삶의 근거지이기에 어쩌랴. 어느날 어느 숲에서 또 무연하게 검종덩굴도 이렇게 만날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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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참꽃나무
본 듯 싶은데 아닌 것도 같다. 무엇과 닮았다는 것은 그 무엇이 아니라는 의미다. 모르면 어떤가 눈에 들어와 눈맞춤하는 순간 내게 자리잡은 그 마음이 소중하다. 그렇게 또 하나의 식물을 알아간다.

지리산 세석평전 위 능선에서 만났다. 바위틈에 자리잡고 크지 않은 나무가 아주 작은 꽃을 피웠다. 흰참꽃나무는 지리산, 덕유산 및 가야산 등 남부 고산지역에서 자라는 흔치 않은 식물이라고 한다.

흰색의 꽃에 꽃술이 두드러지게 보여 더 눈길을 끈다. 2~6개의 꽃이 붙어서 핀다는데 대부분 2개씩 피어 있다. 작은 키의 나무에 녹색잎 사이에서 반짝이듯 핀 꽃이 앙증맞다는 느낌이다.

높은 곳에 올라 고생하며 보고 내려왔더니 등산로 입구 상가의 화단에도 떡하니 버티고 있었다. 다음에 또 만나면 반겨 이름 불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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觀其所友 관기소우
觀其所爲友 관기소위우
亦觀其所不友 역관기소불우
吾之所以友也 오지소이우야

그가 누구를 벗하는지 살펴보고,
누구의 벗이 되는지 살펴보며,
또한 누구와 벗하지 않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바로 내가 벗을 사귀는 방법이다.

*연암 박지원의 문집 '연암집'에 나오는 문장이다. 이 글은 담헌(湛軒) 홍대용(1731~1783)이 중국에 들어가 사귄 세명의 벗인 엄성, 반정균, 육비와의 만남을 기록한 글 '회우록'을 지어 연암에게 부탁한 서문에 나오는 글이다. 홍대용과 이 세사람의 우정은 당시 널리 알려진 것으로 대를 이어지며 사람 사귐의 도리로 회자되었다.

산수국이 피는 때다. 그 독특한 모양새와 색감으로 필히 찾아보는 꽃이다. 산수국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모습 중에서 이 모습을 놓치지 않고 담는다. 연인이나 부부 또는 형제나 자매 등 보는 이의 관심도에 따라 여러가지 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매번 찾아 눈에 담는 나는 '벗'으로 받아들인다.

흰머리 날리는 때에 만나 별다른 공통점도 없지만 어우러짐이 좋다. 굳이 공통분모를 찾자면 꽃이다. 꽃이 불러 꽃에서 얻은 모아 향기를 나눠간다.

만나는 시간의 쌓여 자연스러움이 베어나는 것만으로 이해하기에는 무엇이 더 있다. 일부러 애쓰지 않지만 그렇다고 속수무책으로 손놓고 있지도 않다. 다 아는듯 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렇지도 않다. 꽃을 사이에 두었다지만 그 근본 바탕은 성정이 비슷한 것이리라. 여기에 배려가 더해지니 서로를 물들이고 있다.

농담濃淡, 차이가 있어 어울리고 그 차이로 더욱 빛나는 사이다. 물들고 베어나는 모든 것이 자연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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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미꽃'
낯선 숲길은 언제나 한눈 팔기에 좋다.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익숙한듯 하면서도 늘 새로운 생명들이 있어 숲을 찾는 이들을 반긴다. 같은 시기 같은 장소를 찾아온 이유다.
 
작은 꽃대를 곧추 세웠다. 반듯한 모습에서 알 수 없는 기품을 느낀다. 꽃봉우리를 만들어 자잘한 꽃들을 달아 주목받는다. 키도 작고 꽃도 작은 것이 홀로 또는 무리지어 피어 꽃대를 받치는 초록의 두툼한 잎과 멋진 조화를 이룬다.
 
모내기가 끝난 논에 어슬렁거리며 먹이를 찾는 그 새를 닮았다. 꽃의 잎과 잎맥 모양이 두루미가 날개를 넓게 펼친 것과 비슷해서 두루미꽃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영낙없이 그 모습이다.
 
때를 기다려 올해로 네번째 찾은 세석평전 아래서는 마치 오기를 기다렸다는듯 반겨준다. 두루미의 고고한 자태를 닮은 것과는 달리 '화려함', '변덕'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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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읽는수요일



길이 빛난다
밤마다 세상의 모든 길들이 불을 끄고 잠들지 않은 것은
길을 따라 떠나간 것들이 그 길을 따라
꼭 한번은 돌아오리라 믿고 있기 때문이다

*박남준 시인의 시 "길"이다. 동이 트고서야 꺼지는 가로등의 속내가 여기에 있었다는 것을 이제서야 안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구례통밀천연발효빵 #들깨치아바타 #곡성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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