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묘역을 조성하고 그 관리를 위해 한쪽에 밭을 일구셨다. 들고나는 길이 풀로 덮여 옹삭하다고 들르란다.

새벽 길을 나서 어머니를 모시고 시골 5일장에 들러 가져간 몇가지를 넘기고 큼직한 문어 두마리를 사신다. 집에가서 죽이라도 써 먹으라니 마다할 수가 없다.

애초기와 씨름하며 산소가는 길도 밭둑도 다 베고 나니 집안 뒤안 언덕에 대나무며 잡풀을제거해야 한다. 지붕에 낙엽이 떨어지는 것이 성가신 까닭이다. 그러고도 한가지 더 남았다. 여나무 그루 감나무에 약도 하자신다. 어렵사리 온 기회를 놓치지 않으시려는 모양이다. 이 모든 것을 오전 중에 마쳐야 한다.

오랜만에 집에 오니 마음보다 몸이 분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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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아리난초
여리디여린 것이 어쩌자고 하필이면 척박한 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았을까. 바위 위에 간신히 버티고 있는듯 보는 이로 하여금 안타까운 마음이 들게 한다.
 
홍자색 꽃을 꽃대 끝에 모여서 핀다. 간혹 하얀색의 꽃이 피는 것도 만날 수 있다. 꽃은 한쪽으로 치우쳐서 달린다. 길고 날씬한 잎 하나에 꽃대가 하나씩으로 올라와 꽃을 피운다. 하나하나의 모습이 단촐한 것에 비해 무리진 모습은 풍성해 보이는 꽃에 더 눈길이 간다.
 
생긴 모양과 어울리는 이름을 가졌다. 작고 앙증맞아서 병아리난초라고 한다. 병아리라는 이름을 가진 식물로는 병아리풀과 병아리다리가 있고 병아리다리는 실물을 확인하지 못했다.
 
자생하는 곳의 조건과 작아서 눈여겨보지 않으면 보이지도 않아 쉽게 볼 수 없는 귀한 식물이다. 한번 눈에 들어오면 의외로 사람사는 곳 가까이 있는 것도 확인이 된다.
 
매년 보는 곳을 찿았다. 몇개체가 바위 끝자락에 겨우 붙어 있다. 그 무리 속에 하얀색의 꽃을 피운 개체가 있었는데 보이지 않는다. 심한 가뭄 탓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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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읽는수요일

나도야 물들어간다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대의 곤한 날개 여기 잠시 쉬어요
흔들렸으나 흔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작은 풀잎이 속삭였다
어쩌면 고추잠자리는 그 한마디에
온통 몸이 붉게 달아올랐는지 모른다
사랑은 쉬지 않고 닮아가는 것
동그랗게 동그랗게 모나지 않는 것
안으로 안으로 깊어지는 것
그리하여 가득 채웠으나 고집하지 않고
저를 고요히 비워내는 것
아낌없는 것
당신을 향해 뜨거워진다는 것이다
작은 씨앗 하나가 자라 허공을 당겨 나아가듯
세상을 아름답게 물들여간다는 것
맨 처음 씨앗의 그 간절한 첫 마음처럼

*박남준 시인의 시 "나도야 물들어간다"다. 사람, 스며들 틈을 내어주고 서로 물들어 새로운 향기를 만드는 일이 어디 쉬우랴.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구례통밀천연발효빵 #들깨치아바타 #곡성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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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곡 김재승 서예 초대전
筆遊墨影 필유묵영
 
2022. 7. 7 (목)~ 8. 7(일)
전라남도립미술관 분관
아산조방원미술관
 
손으로 쓰는 글씨에 주목한다. 그것이 펜이든 연필이든 붓펜이든 그냥 붓이든 상관 없다. 그저 하루 한시간 붓을 들고 놀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붓글씨에 주목하게 된다.
 
잠깐의 인연이 닿아 손수 글씨를 쓰는 것을 보았고 붓잡는 법을 배우기도 했다. 짬을 내 그분의 전시회에 다녀왔다. 간혹 눈에 들어온 것도 있고 대부분은 알 수 없는 것이다.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하나는 얻었으니 둘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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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래난초'
깊은 땅 속에 침잠하더니 끝내 솟아 올라 간절함을 터트렸다. 그냥 터트리기엔 참았던 속내가 너무도 커 이렇게 꼬였나 보다. 하지만, 그 꼬인 모습으로 이름을 얻었으니 헛된 꼬임은 아니었으리라. 꼬이고 나서야 더 빛을 발하는 모양새따라 널 마주하는 내 몸도 꼬여간다.
 
이 꽃을 보기 위해 연고도 없는 무덤가를 서성인다. 마음 속으로 무덤의 주인에게 두손 모으고 꽃를 보러 찾아왔으니 깊은 땅 속 꽃 많이 피어올리면 더러 나처럼 찾는 이 있어 반가움 있을거라고 넌지시 권한다. 올해는 가까이서 또는 주인장의 보살핌으로 큰 꽃을 편하게 본다.
 
전국의 산과 들의 잔디밭이나 논둑 등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뿌리는 짧고 약간 굵으며 줄기는 곧게 선다. 꽃의 배열된 모양이 실타래처럼 꼬여 있기 때문에 타래난초라고 부른다. 흰색 꽃이 피는 것을 흰타래난초라고 한다.
 
하늘 높이 고개를 쑤욱 내미는 것이 옛날을 더듬는 듯도 보이고, 바람따라 흔들거리는 모양이 마치 깡총걸음을 들판을 걷는 아이 같기도 하다. 이로부터 '추억', '소녀'라는 꽃말을 가진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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