初七日戊子 초칠일무자

萬事思量無係戀 만사사량무계련

惟有牙籤一癖餘 유유아첨일벽여

安得一日如一年 안득일일여일년

讀盡天下未見書 독진천하미견서

12월 7일의 일기

인간만사 아무리 떠올려 봐도

마음에 끌리는 것 하나 없지만

한 가지 고질병은 여전히 남아

아첨이 꽂힌 책을 사랑한다네

일년처럼 긴 하루를

어찌하면 얻어 내어

보지 못한 천하의 책을

남김없이 읽어볼까

*조선사람 통원(通園) 유만주(兪晩柱 1755~1788)가 서른 살 때인 1784년 12월 초이레 아침에 썼다는 시다. 서른 살의 패기가 넘친다.

코끝이 시린 차가움으로 가슴을 움츠니지만 싫지는 않다. 매운 겨울이 있어야 꽃 피는 봄도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것이 무엇이든 마음을 사로잡는 무언가를 두고 "1년 365일 처럼 긴 하루는 없을까?" 하는 마음을 갖는다는 것이 주는 깊고 넓은 위로를 안다.

그 힘으로 오늘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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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망태버섯

뜨거운 여름날

같은 장소를 몇일간 반복하여 찾아가

긴 기다림으로 만났다.

그물망 드레스가 멋지다.

22년에 만난 꽃들 중에

기억에 남은 꽃을

12월 한달 동안

하루에 한가지씩 돌아 본다.

#22년에만난꽃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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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네발란

제 때를 지난 것도 있지만

가뭄들어 다 피지 못한 모습이 안쓰러웠다.

보물찾기 하듯 만난 꽃이다.

22년에 만난 꽃들 중에

기억에 남은 꽃을

12월 한달 동안

하루에 한가지씩 돌아 본다.

#22년에만난꽃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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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흰색)

줄기 끝에 이삭 모양으로

보라색을 띤 연분홍색 꽃이 모여 핀다.

처음 흰색으로 핀 꽃을 만났다.

22년에 만난 꽃들 중에

기억에 남은 꽃을

12월 한달 동안

하루에 한가지씩 돌아 본다.

#22년에만난꽃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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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읽는수요일

어두운 곳에서 밝은 곳에 이르다

오래 가면 속에서 살다보면 그게 진짜로 여겨져서

양심도 쉽게 제 먹이가 되겠다

들어붙이면 참 그럴듯한 거짓말,

그것에 밥 말아 먹고 밤새도록 앓았는데

모르는 사이 네게 닿아 있었다

흔들리다가 흔들리다가 멈추어 선 곳,

그곳이 바로 중심인 것을

아픔과 부끄러움이 곧 힘이고 길이었던 것을

*권경인 시인의 시 "어두운 곳에서 밝은 곳에 이르다"다. 흔들리는 것을 거부하거나 부정할 일이 아니다. 중심에 서기 위한 당연한 일이니. 지금 흔들리는 것은 중심으로 가는 중이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구례통밀천연발효빵 #들깨치아바타 #곡성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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