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나리
남덕유산(1507m)을 오르게 했던 꽃을 주로 가야산(1430m)에서 보다가 이번에는 멀리 강원도와 경북의 경계 어디쯤에 가서 만났다.

크지 않은 키에 솔잎을 닮은 잎을 달고 연분홍으로 핀 꽃이 화사하다. 다소곳히 고개숙이고 방긋 웃는 모습이 막 피어나는 아씨를 닮았다지만 내게는 삶의 속내를 다 알면서도 여전히 여인이고 싶은 중년의 수줍음으로 보인다.

꽃은 밑을 향해 달리고 꽃잎은 분홍색이지만 자주색 반점이 있어 돋보이며 뒤로 말린다. 길게 삐져나온 꽃술이 꽃색과 어우러져 화사함을 더해준다. 강원도 북부지역과 남쪽에선 덕유산과 가야산 등 높은 산에서 볼 수 있다.

살며시 전해주는 꽃의 말이 깊고 따스하다. 아름다움을 한껏 뽑내면서도 과하지 않음이 좋다. 그 이미지 그대로 가져와 '새아씨'라는 꽃말을 붙였나 보다.

마음이 일어나고 기회가 되면 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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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참나리
단정하다. 주황색이 주는 친근함도 좋다. 꾸미지 않은듯 수수함에 당당함까지 빼놓지 않았다.

어느해 여름날 제주도 어느 바닷가에 있다는 이 꽃을 보려고 했으나 코 앞에 두고도 찾지 못하였다. 본 이들의 자랑 삼아 전하는 이야기에 보지 못한 아쉬움이 컷다. 그 꽃의 주아를 발아시킨 것을 얻었고 올해로 두번째 꽃을 피웠다.

흔하게 볼 수 있는 참나리의 화려한 점무늬를 뺀 모습으로 보면 바로 이해할 수 있는 이름이다.

서해안 바닷가에서도 종종 볼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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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5-08-22 04: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점이 없는 참나리꽃이라~~

무진無盡 2025-08-22 21:36   좋아요 0 | URL
독특하지요~
 

땅나리
슬글슬금 땅나리 이야기가 들려오면 제주의 검은돌 해변이 떠오른다. 첫눈맞춤을 제주도에서 했고 이맘때면 제주도 가자는 이야기가 나올 것을 기대하는 마음도 있어서다.

벗들과 함께한다는 것은 오롯이 혼자 볼 때와는 분명 다른 맛이다. 조금씩 다른 시선과 감정으로 한 대상을 바라보는 이들의 마음이 있어 훨씬 더 가깝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노란빛이 섞인 붉은색 또는 짙은 붉은색의 꽃이 줄기 끝에 모여 핀다. 다른 나리꽃들에 비해 꽃 크기도 키도 작다. 특유의 색으로도 주목되지만 고개숙여 핀 모습에서 이름을 얻었다.

올해는 뜰 한구석에 핀 땅나리를 보는 것으로 대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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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흥란
바다 건너 제주도에서 보았던 꽃을 올해는 가까운 곳에서 만났다.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곳이라지만 괸심두지 않으면 알 수 없기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잘 자라 꽃을 피웠다.

흰색 바탕에 홍자색의 꽃이 황홀하다. 작지만 여리지 않고 당당하게 섰다. 언제 또 볼 수 있을까 싶은 마음에 이리보고 저리보고 위 아래 다 구석구석 훒는다. 이런 오묘한 색감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잎이 없고 "자기 힘으로 광합성을 하여 유기물을 생성하지 않고, 다른 생물을 분해하여 얻은 유기물을 양분으로 하여 생활하는 식물"인 부생식물이라고 한다. 전국에 분포하지만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멸종위기 야생식물로 지정되어 있다고 한다.

대흥란이라는 이름은 최초 발견지인 전남 대둔산의 대흥사에서 따온 이름이다. 하지만 그곳에서 봤다는 소식은 아직 접하지 못했다. 그곳에서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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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선언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나의 성(性)을 사용할 것이며
국가에서 관리하거나
조상이 간섭하지 못하게 할 것이다
사상이 함부로 손을 넣지 못하게 할 것이며
누구를 계몽하거나 선전하거나
어떤 경우에도
돈으로 환산하지 못하게 할 것이다
정녕 아름답거나 착한 척도 하지 않을 것이며
도통하지 않을 것이며
그냥 내 육체를 내가 소유할 것이다
하늘 아래
시의 나라에
내가 피어 있다

*문정희 시인의 '꽃의 선언'이다. 개인이나 집단의 모든 행동은 관계로부터 출발한다. 하여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그렇더라도 변치않아야 하는 것은 분명하게 있다.

80주년 광복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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