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녀치마

때가 되면 이루어진다는 말은 가만 있어도 된다는 의미가 아니다. 정성을 다하여 기회를 만든 후에야 비로소 온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꽃을 보는 일도 마찬가지다. 멀리 있어 보지 못하고 아쉬워만 하다가 오는 기회를 놓칠 수 없어 먼길을 나섰다.

죽령 옛길을 올라 그늘진 경사면에서 첫눈맞춤을 했다. 올해는 강원도 어느 숲에서 만났다. 몇번의 눈맞춤이 있었다고 꽃을 대하는 마음이 한결 느긋하다. 빛을 품고 제 속내를 드러내며 환한 미소로 반겨주는 꽃마음이 불원천리 달러온 그 마음에 닿았나 보다. 반짝이는 보랏빛 꽃술을 품는다.

처녀치마, 특이한 이름이다. 땅바닥에 퍼져 있어 방석 같기도 한 잎에서 치마라는 유래한 이름이라고 한다. 꽃이 필 때는 작았던 꽃대가 활짝 피면서 쑥 올라온다고 한다.

차맛자락풀이라고도 하며 비슷한 종으로는 칠보치마와 숙은처녀치마가 있다. 숙은처녀치마는 지리산에서도 만날 수 있으니 올해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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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읽는수요일

꽃 진자리에

생각한다는 것은 빈 의자에 앉는 일

꽃잎들이 떠난 빈 꽃자리에 앉는 일

그립다는 것은 빈 의자에 앉는 일

붉은 꽃잎처럼 앉았다 차마 비워두는 일

*문태준 시인의 시 '꽃 진자리에'다. 피고 지는 꽃을 보는 사이에 사람이 있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구례통밀천연발효빵 #들깨치아바타 #곡성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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春遊 춘유
梅花暖日柳輕風 매화난일유경풍
春意潛藏浩蕩中 춘의잠장호탕중
欲識東君眞面目 욕식동군진면목
遍尋山北又溪東 편심산북우계동

봄날을 다니며
매화에는 따뜻한 햇빛, 버들에는 산들바람
봄 기분이 호탕한 마음 속에 숨어 있도다
봄날의 참모습 알려거든
북산이나 개울 동편을 두루 찾아보게나

*고려 말에서 조선 초기를 살았던 이첨(李詹, 1345~1405)의 시다.

먼 북쪽에서 들려오는 꽃 소식에 마음을 이미 산을 넘었다. 지난해에는 보지 못한 꽃을 올해는 봐야겠기에 나선 길이다. 산 넘고 물건너는 여정이라지만 내딛는 행보에는 거침이 없다.

새로운 곳에 대한 기대 마음 속에 이미 자리잡은 꽃에 대한 그리움에 머뭇거릴 하의 이유가 없다. 그렇다고 마음까지 분주한 것은 아니다. 볼 수 있으면 좋고 보지 못한다고 서운할 일이 아닌 것은 여정을 함께하는 벗이 있기 때문이다.

어쩌다 건네는 한마디 말로도 충분한 꽃놀이가 나무 등걸에서 쉬고 있는 모데미풀과 무엇이 다르랴. 봄소풍, 꽃놀이가 이만하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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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망졸망한 섬들이 숨어버린 곳인가.

동해바다를 닮은 서해바다다.

5km에 이르는 백사장과 할배바위, 할매바위는 뒤로 하고

윤슬이 유혹하는 바다와 맞섰다.

꽃지해수욕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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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데미풀

먼 길을 기꺼이 나선 이유 중 하나가 이 꽃을 보고자 함이다. 보고픈 꽃은 멀리 있다는 것은 붙잡힌 몸 보다는 게으른 마음 탓은 아니었을까.

소백산에서 보던 것을 이번엔 더 위쪽으로 올라가 강원도에서 봤다. 소백산과 환경이 다르니 꽃이 주는 느낌도 다르다. 조금 늦은 시기였다는 차이도 있었을 것이다.

우리 나라 특산식물로 지리산 자락 운봉의 모데미에서 발견되어 모데미풀이라고 한다. 가을에 물매화가 있다면 봄에는 단연코 이 모데미풀이라고 할 만큼 정감이 가는 존재라고 할 수 있겠다.

소백산 어느 계곡을 제법 올라 눈이 녹아 흐르는 물가에 다소곳이 피어있는 꽃을 본 그 첫 순간을 잊지 못한다. 더 풍성하게 몸은 덜 고단하게 느긋한 마음으로 봤으니 그곳에 다시 갈 이유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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