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메꽃
어린시절 갯가에서의 기억이 어슴프레 남아있다. 국민학교 고학년 점심 때면 인근 바닷가 뻘밭으로 달려가 짧은 짬을 즐겼던 그시절이 내게도 있었다. 그때 이꽃을 봤는지는 기억에 없지만 밭둑에 흔하던 메꽃은 봤다.

나팔꽃을 닮았다고 한다. 나팔꽃이 귀화식물이라면 메꽃은 토종이다. 메꽃과 비슷한 갯메꽃 역시 토종이며 메꽃과 다른 점은 잎에 윤기가 많이 난다는 것이다. 바닷가 볕이 잘드는 모래톱에서 자란다.

갯가는 바닷가를 말하니 갯이 붙은 식물의 근거지는 바닷가라는 의미를 익숙하다. 몇해전 서해 바닷가에서 보고 올해는 울진의 바닷가에서 만났다. 먼길을 달려서 기억속 바다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의 바다는 이렇게 꽃과의 인연으로 채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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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옥잠화
옥잠화를 닮았다고 나도 옥잠화다. 옥잠은 ‘옥으로 된 비녀’다. 꽃 모양이 이 비녀를 닮았다. 나도옥잠화는 옥잠화의 잎이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넉넉한 잎의 품과는 달리 가느다란 꽃대를 길게 올렸다. 그 끝에 몇개의 꽃을 모아서 피운다. 수수하고 소박한 맛이 넓고 큰 잎과 묘하게 잘 어울린다.

먼길을 나서서 높은 곳에 올라서야 본다. 반질반질한 느낌의 돌려나는 잎이 고와서 주목했다. 잎만 보고 꽃지고 난후 꽃대만 보고 꽃 핀 완전한 모습을 보기까지 3년이 걸렸다. 그렇게 만난 꽃 주변을 맴돌며 한참을 머무렀다. 때를 기다려 일부러 찾은 보람이 있다. 올해는 태백산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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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앵도나무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은 식물의 세계에도 예외는 아니다. 세심한 주의력과 관찰력을 요구하는 식물의 세계는 다양한 노력을 요구한다. 하여, 낯선 길을 나서거나 무엇인가 있을 듯한 곳은 서슴없이 들어가게 마련이다.

올해 내가 새롭게 만난 다수의 식물이 그 평범한 진리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었다. 늘상 다니던 길의 각시괴불나무가 그렇고 산앵도나무, 자주풀솜대, 백작약이 그렇다. 산과 들에서 만난 꽃친구들의 넉넉한 마음도 한몫 한다.

푸른잎 사이로 가지끝에 달려 빼꼼히 세상 구경 나온 듯한 모습이 앙증맞다. 과하지 않은 색감이 더해지니 귀엽기가 둘째가라면 삐질 것만 같다. 붉은 빛이 도는 종 모양의 꽃이 참 이쁘다. 달고 새콤한 맛이 난다는 열매는 9월에 붉은색으로 익는다고 한다.

한번 보이면 자주 보인다. 장소를 달리하여도 쉽게 알아 볼 수 있다. 지리산 노고단과 세석평전 주변에서 실컷 봤는데 올해는 태백산을 오르며 보았다. 아는만큼 보인다는 말을 실감하게 만든 나무다. '오로지 한사랑'이라는 꽃말이 의미심장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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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심을 잊게 하는 풀, 원추리

不惟萱草忘憂 불유훤초망우
此花尢能醒酒 차화왕능성주
훤초는 근심을 잊게 해주고,
모란은 술을 잘 깨게 해준다.

당 현종이 양귀비와 함께 청화궁(淸華宮)에 놀러가서 양귀비의 어깨에 기대 모란을 감상하다가, 한 가지를 꺾어 양귀비와 함께 번갈아 맡아 보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훤초(萱草)는 우리말로는 원추리다. 《산림경제》에 훤초의 다른 이름은 망우초(忘憂草)니 사람이 이 꽃을 보면 곧 근심을 잊어버리게 된다고 하였다. 《초목기(草木記)》에는 훤초를 일명 의남초(宜男草)라 하는데, 부인이 임신했을 때 이 꽃을 차고 다니면 반드시 아들을 낳게 되므로 이런 이름을 얻었다 한다.

堂栽不老桃 당재불로도
庭養忘憂萱 정양망우훤
집에는 늙지 않는 복숭아 심고
뜰에는 근심 잊자 원추리 기른다네.

성종 때 유학자로 연산군의 무오사화(戊午士禍)에 죽음을 당한 수헌(睡軒) 권오복(權五福)의 시에 이런 것이 있다.

雨餘階畔綠芽長 우여계반록아장
日午風輕翠影凉 일오풍경취영량
繁枝亂葉眞多事 번지란엽진다사
我正無憂賴爾忘 아정무우뢰이망
비 갠 뒤 뜰 가에 초록 싹이 길더니만
한낮에 바람 솔솔 그림자가 서늘하다.
숱한 가지 얽힌 잎이 참으로 일 많으니
네 덕분에 다 잊어 아무 시름 없노라.

세종 때 집현전 학사인 신숙주의〈비해당사십팔영〉중에서 원추리를 노래한 시다.

*원추리 편에서는 다른 꽃과는 달리 생태적 특성이나 재배할 때 유의할 점, 식용에 관한 정보까지 식물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른 봄 원추리 새싹은 나물로 막을 수 있고 여름에는 제법 큰 꽃을 피워 눈길을 사로잡는다.

시골로 일상의 근거지를 옮기고 주변을 살피는 도중 원추리 새싹을 뜯어 나물로 먹었다. 입안에 머무는 달콤한 향내가 오랫동안 머물렀던 기억이 있다.

덕유산 중봉이나 지리산 노고단 등 여름에 높은 산에 오르면 원추리 군락을 만날 수 있는데 안개와 만나면 독특한 분위기를 보여주어 그곳을 다시 찾게 만드는 힘이 있다.

*문일평의 '화하만필'을 정민 선생이 번역하고 발간한 책, '꽃밭 속의 생각'에 나오는 꽃이야기에 내 이야기를 더하고자 한다. 책의 순서와 상관 없이 꽃 피는 시기에 맞춰 내가 만난 꽃을 따라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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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솜대
큰키나무들이 잎을 내어 이제 숲은 그늘로 드리워지는 때다. 그 숲에 하얀 꽃들이 불어오는 바람따라 흔들린다. 발밑에 꽃을 찾아 걷는 사이에 빛이 들어 더욱 환하게 빛나는 순간을 마주한다.

꽃이 솜대를 닮았다고 풀솜대라는 이름을 붙였다는데 솜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라고 한다. 지장보살이라는 이름으로 더 자주 불린다. 옛날 춘궁기 때 풀솜대를 구황식물로 이용되었는데, 절에서 죽을 쑤어 먹곤 했다고 한다. 그래서 중생들을 구제하는 풀이라는 뜻으로 풀솜대를 '지장보살'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뭉처서 피는 햐얀꽃이 지고나면 둥글고 붉은색의 열매가 달린다. 의외의 열매라 가을 산행에서 주목하게 만드는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와 비슷한 식물로 우리나라 고유종인 자주솜대가 있다. 노고단에 오르면 놓치지 않고 찾아보게 되는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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