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惟萱草忘憂 불유훤초망우
此花尢能醒酒 차화왕능성주
당 현종이 양귀비와 함께 청화궁(淸華宮)에 놀러가서 양귀비의 어깨에 기대 모란을 감상하다가, 한 가지를 꺾어 양귀비와 함께 번갈아 맡아 보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훤초(萱草)는 우리말로는 원추리다. 《산림경제》에 훤초의 다른 이름은 망우초(忘憂草)니 사람이 이 꽃을 보면 곧 근심을 잊어버리게 된다고 하였다. 《초목기(草木記)》에는 훤초를 일명 의남초(宜男草)라 하는데, 부인이 임신했을 때 이 꽃을 차고 다니면 반드시 아들을 낳게 되므로 이런 이름을 얻었다 한다.
집에는 늙지 않는 복숭아 심고
뜰에는 근심 잊자 원추리 기른다네.
성종 때 유학자로 연산군의 무오사화(戊午士禍)에 죽음을 당한 수헌(睡軒) 권오복(權五福)의 시에 이런 것이 있다.
雨餘階畔綠芽長 우여계반록아장
日午風輕翠影凉 일오풍경취영량
繁枝亂葉眞多事 번지란엽진다사
我正無憂賴爾忘 아정무우뢰이망
비 갠 뒤 뜰 가에 초록 싹이 길더니만
한낮에 바람 솔솔 그림자가 서늘하다.
숱한 가지 얽힌 잎이 참으로 일 많으니
네 덕분에 다 잊어 아무 시름 없노라.
세종 때 집현전 학사인 신숙주의〈비해당사십팔영〉중에서 원추리를 노래한 시다.
*원추리 편에서는 다른 꽃과는 달리 생태적 특성이나 재배할 때 유의할 점, 식용에 관한 정보까지 식물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른 봄 원추리 새싹은 나물로 막을 수 있고 여름에는 제법 큰 꽃을 피워 눈길을 사로잡는다.
시골로 일상의 근거지를 옮기고 주변을 살피는 도중 원추리 새싹을 뜯어 나물로 먹었다. 입안에 머무는 달콤한 향내가 오랫동안 머물렀던 기억이 있다.
덕유산 중봉이나 지리산 노고단 등 여름에 높은 산에 오르면 원추리 군락을 만날 수 있는데 안개와 만나면 독특한 분위기를 보여주어 그곳을 다시 찾게 만드는 힘이 있다.
*문일평의 '화하만필'을 정민 선생이 번역하고 발간한 책, '꽃밭 속의 생각'에 나오는 꽃이야기에 내 이야기를 더하고자 한다. 책의 순서와 상관 없이 꽃 피는 시기에 맞춰 내가 만난 꽃을 따라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