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근黃槿

제주도를 특별하게 기억하게 만드는 식물 중 하나다. 첫눈에 보고 반해 모종을 구했으나 추운 겨울을 건너다 깨어나지 못하고 말았다. 재주 좋은 벗이 씨앗을 발아시켜 나눔한 것을 소중히 키우고 있다.

깔끔하고 단정하며 포근하다. 이 첫 느낌에 반해 오랫동안 곁에 머물렀다. 연노랑의 색부터 꽃잎의 질감이 탄성을 불러온다. 바닷가 검은 돌로 둘러쌓여 아름답게 핀 모습이 꽃쟁이의 혼을 쏙 배놓았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식물 Ⅱ급인 '황근'은 말 그대로 "노란 꽃이 피는 무궁화"다. 국화인 무궁화가 오래전에 들어온 식물이라면 황근은 토종 무궁화인 샘이다. 어딘지 모를 바닷가 검은 돌틈 사이에 제법 넓은 무리를 지어 자라고 있다.

무궁화처럼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이면 저버리는 하루살이라 꽃이라고 한다. 미인박명의 아쉬움은 여기에도 해당되는 모양이다.

두해의 겨울을 건너고 올 여름 드디어 꽃을 피웠다. 꽃 볼 날을 기다리는 시간은 길기만 하다고 했더니 그 마음을 알았나 보다. 다시, 내년 여름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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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읽는수요일

나는 아직도

나는 아직도 꽃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찬란한 노래를 하고 싶습니다만

저 새처럼은

구슬을 굴릴 수가 없습니다

나는 아직도 놀빛 물 드는 마음으로

빛나는 사랑을 하고 싶습니다만

저 단풍잎처럼은

아리아리 고울 수가 없습니다

나는 아직도 빈손을 드는 마음으로

부신 햇빛을 가리고 싶습니다만

저 나무처럼은

마른 채로 섰을 수가 없습니다

아, 나는 아직도 무언가를

자꾸 하고 싶을 따름,

무엇이 될 수는 없습니다.

*박재삼 시인의 시 '나는 아직도'이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구례통밀천연발효빵 #들깨치아바타 #곡성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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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탕 물이 키워낸 잎과 그 사이를 건너는 바람이 꽃을 피웠다. 꽃은 뜨거운 태양의 열기로 결실을 맺는다. 시간은 그렇게 흘러 떠나보낼 준비를 마쳤다.

8월의 시작이다. 여전히 뜨거운 햇볕으로 버거운 시간일 테지만, 그 뜨거움이 연자蓮子를 여물게 한다. 연자蓮子가 여물어 단단한 껍질 속을 부드러움으로 채워간다.

겉으로 보이는 단단함보다는 내 안의 부드러움에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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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궂다. 볕은 바늘끝 같은데 얼핏 스치는 바람결의 변화가 느껴진다. 순전히 기분탓이겠지만 조만간 실감할 것이기에 그 기운을 미리 품는다.

노랗게 물들이던 때가 엇그제 같은데 벌써 부풀어 올랐다. 결실을 위한 공간을 만드는 일이라지만 나는 황금빛으로 빛나던 꽃보다 이 열매를 더 기다렸다. 땡볕에 온실 효과일지도 모를 공간에서 여물어갈 내일을 향한 꿈에 기대를 거는 까닭이다.

7월 마지막날, 한낯 열기는 무소불위의 힘을 가졌다. 반가워할 이유도 없는데 무서울 것 없다는듯 거침없이 파고들어오는 열기에 속절없이 당하고 만다. 땡볕도 제 기세를 주체하지 못하는듯 비틀거린다. 이렇게 날뛰는 것은 갈 때가 얼마 남지않은 몸부림이라는 것을 스스로 아는 까닭이다.

염덕炎德이라며 세상을 보듬었던 조상들의 마음자리는 책 속에서만 머물고, 비 소식은 산 너머에서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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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흥란'
바다 건너 제주도에서 보았던 꽃을 올해는 북쪽으로 올라가서 만났다. 특별히 보호 받고 있다는 곳인데 찾는 이들을 위해 철망을 탈출한 녀석들의 마음 씀이 곱다.

흰색 바탕에 홍자색의 꽃이 황홀하다. 작지만 여리지 않고 당당하게 섰다. 언제 또 볼 수 있을까 싶은 마음에 이리보고 저리보고 위 아래 다 구석구석 훒는다. 이런 오묘한 색감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잎이 없고 "자기 힘으로 광합성을 하여 유기물을 생성하지 않고, 다른 생물을 분해하여 얻은 유기물을 양분으로 하여 생활하는 식물"인 부생식물이라고 한다. 전국에 분포하지만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멸종위기 야생식물로 지정되어 있다고 한다.

대흥란이라는 이름은 최초 발견지인 전남 대둔산의 대흥사에서 따온 이름이다. 하지만 그곳에서 봤다는 소식은 아직 접하지 못했다. 그곳에서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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