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풀
대상의 이름을 알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식물의 이름은 특성을 잘 반영하여 그 식물의 대략을 짐작할 수 있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때론 이름만으로는 알 수 없는 식물들도 제법 많다.

봄맞이, 꽃마리, 꽃받이, 벼룩나물, 별꽃 등과 같이 이른봄에 꽃을 피우는 식물 중에는 아주 작은 풀들이 많다. 이름이 식물과 잘 어울어지면 그 식물의 특성까지 잘 나타내주어 꽃을 보는 이들의 마음에 잔잔한 감동을 전하기도 한다.

거기에 비하면 애기풀은 제법 크고 눈에도 잘 보일 정도라서 어울리는 이름일까 싶다. 작고 귀엽다는 의미에서 애기풀이라고 이름지었을 것이라 추정된다.

나비가 날개를 펼치고 날아가는 모습을 닮았다. 마주나는 잎 사이에 숨어 보라색의 신비로움을 활짝 펴고 있다. 풀들이 본격적으로 땅을 점령하기 전에 작은키를 키워 꽃을 피운다. 숨어피지만 제법 눈에 띄는 이유도 색의 대비에서 오는 것으로 보인다.

작고 귀엽고 그래서 더 이쁜 꽃이 풀숲에 숨어 좀처럼 볼 수 없다는 의미에서 '숨어 사는 자'라는 꽃말을 얻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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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꽃으아리

꽃을 보는 해가 거듭될 수록 다음 해에는 꽃보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어느때 어디에 무슨 꽃이 피는지를 짐작하고 찾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정보가 쌓이면 꽤 근사하고 유용한 자신만의 꽃지도가 만들어진다.

출퇴근하는 도로에서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고 차를 멈추어 수풀 속으로 들어간다. 피고지는 무리들이 한가득이다. 눈여겨보는 사람이 또 있는지 발길 흔적도 있다. 무심코 흘려보내지 않고 눈맞춤 한다는 것은 늘 반가운 일이다.

여린 꽃받침잎이 쉽게 손상되는지 온전하게 피어있는게 드물 정도다. 애써 피운 꽃이 쉽게 상처를 입는 것이 안따깝기도 하지만 무슨 이유가 있을 것이라 짐작만 한다. 내가 범인이라는듯 꽃술 속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는 곤충을 한동안 바라다보았다.

우리나라 각지의 햇볕이 잘 드는 숲 안, 숲 가장자리, 길가에 자라는 낙엽지는 덩굴 나무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으아리속 식물 가운데 가장 큰 꽃을 피운다.

개미머리라고도 하는 큰꽃으아리는 품위 있는 모습에서 연상되듯 '아름다운 마음'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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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좋고 열매도 좋은 석류화石榴花

간밤에 비 오더니 석류꽃이 다 피겠다

부용당芙蓉堂 가에 수정렴水晶簾 걸어 두고

뉘 향한 깊은 시름을 못내 풀려 하노라

*조선사람 상촌象村 심흠申欽의 시조다. 머리속에 한편의 풍경이 지나간다.

“석류는 본래 서역西域에서 나는 것으로, 한나라 때 장건張蹇이 안석국安石國에서 가져왔다 하여 석류石榴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석류는 꽃이 좋을 뿐 아니라 그 열매가 볼 만하고 또 먹을 만하여, 예로부터 흔히 재배해 왔다.”

다음은 강희안의 ‘양화소록養花小錄’에 나오는 석류에 대한 내용이다.

“층층이 뻗은 가지가 위는 뾰족하고 밑은 퍼진 것은 백양류柏樣榴, 즉 잣석류라 한다. 줄기가 곧고 위쪽은 성글어 가지가 마치 일산日傘을 펼친 것 같은 것은 주석류柱石榴, 곧 기둥석류라 한다. 몇 그루가 덤불로 나서 가지가 뒤엉긴 것은 수석류藪石榴, 즉 기둥 석류라고한다.”

옛사람들의 그림 속에도 자주 등장하는데 이는 열매 속에 씨앗이 많아 다산을 상징하는 의미를 나타낸다고 한다.

퇴근 후 길을 가다 눈을 사로잡는 꽃이 있다. 담장 아래 초록 잎이 무성한 키 작은 나무에 붉은 꽃이 몇 개 보인다. 차를 돌려 다시 그곳에 멈춘다. 자세히 보니 석류나무다. 다가섰다 물러섰다 눈맞춤 하는 사이 할머니 한분이 다가와 비시시 웃는다. 할머니 얼굴에도 석류꽃이 피었다. 속류는 붉은 것이 과하지 않아 친근감이 있고 수줍은 듯 빼꼼히 속내를 보여주는 열매도 좋다. 그것만으로 충분하다는 듯 석류꽃은 향기가 없다.

*문일평의 '화하만필'을 정민 선생이 번역하고 발간한 책, '꽃밭 속의 생각'에 나오는 꽃이야기에 내 이야기를 더하고자 한다. 책의 순서와 상관 없이 꽃 피는 시기에 맞춰 내가 만난 꽃을 따라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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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과나무
무엇보다 향기로 기억되는 나무다. 울퉁불퉁하게 생긴 열매가 담고 있는 향기는 적당히 강하고 달콤하며 때로는 상큼하기까지 하다.

구름무늬 모양으로 얼룩진 나무껍질의 아름다움에 통과의례 처럼 손으로 쓰다듬는다. 무늬가 선명하고 색감이 전하는 느낌도 좋다. 사계절 차가움을 전하는 시원함도 한몫한다. 붉그스레한 꽃도, 노오란 열매도 때마다 놓칠 수 없는 즐거움으로 눈맞춤 한다.

중국이 원산지인 모과는 "나에게 모과를 보내주었으니 아름다운 패옥으로 보답코자 하나니······"로 시작하는 시경의 위풍편에 실려있을 정도로 오래된 과일나무다. 이처럼 모과는 친구나 애인 사이에 사랑의 증표로 주고받았다는 것이다. 2~3천 년 전에도 모과는 이렇게 귀한 물건이었다고 한다.

뒷산에서 얻어온 나무가 커서 이제는 열매를 맺는다. 목과(木果)라고도 한다. 못 생겼다고 하는 열매에서 의외의 향기를 얻어서일까. '괴짜', '조숙'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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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읽는수요일

모란꽃 이우는 날

생각은 종일을 봄비와 더부러 하염없이

뒷산 솔밭을 묻고 넘쳐오는 안개

모란꽃 뚝뚝 떨어지는 우리 집 뜨락까지 내려,

설령 당신이 이제

우산을 접으며 방긋 웃고 사립을 들어서기로

내 그리 마음 설레이지 않으리,

이미 허구한 세월을

기다림에 이렇듯 버릇 되어 살므로

그리하여 예사로운 이웃처럼 둘이 앉아

시절 이야기 같은 것

예사로이 웃으며 주고받을 수 있으리

이미 허구한 세월을

내 안에 당신과 곁하여 살므로

모란은 뚝뚝 정녕 두견처럼 울며 떨어지고

생각은 종일을 봄비와 더부러 하염없어

이제 하마 사립을 들어오는 옷자락이 보인다

*5월은 모란와 관련된 시를 모아본다. 유치환 시인의 시 '모란꽃 이우는 날'이다. 삼백예순 날을 기다려 겨우 열흘 남짓 모란은 그렇게 지고 만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통밀천연발효빵 #들깨치아바타 #곡성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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