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디게만 오는 봄을 마중하러 나선 길 끝에는 언제나 매화가 있다. 유난히 서두르는 작은 키의 풀꽃들과 봄맞이를 하면서도 문득문득 눈을 들어 가지 끝을 바라보곤 한다. 매화 때문이다.
매화송
風雪 같은 차운 골짜기에 봄은 오는가
매화, 네가 아니 핀들
오는 春節이 오지
않으랴마는
온갖 잡꽃에 앞서
차게 피는 네 뜻을
내가 부러 하노라
*신석초의 시 '매화송'이다. 꽃잎을 연 매화를 만나야 진정한 봄이 왔음을 비로소 인정하는 사람에게 매화는 겨울과 봄의 경계를 짓는 시금석이나 다름없다. 부질없이 반복해서 산 아래 매화나무 근처를 서성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매화 벙그러지는 사이를 건너오느라 유난히 분주했던 마음자리에 드디어 매향이 스며든다.
지금부터는 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