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만밤 하얘지라고 눈이 내린다.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하는 눈은 빠르게 땅에 닿고 닿는대로 쌓인다. 순식간에 높이를 더하여 땅의 높고낮은 경계를 허문다. 눈 쌓이는 소리가 들리는듯 깊어가는 밤의 정적을 깨우는 눈이다.


폭설이다. 입춘도 지난 때 폭설을 만나는 낯선 경험이 싫지가 않다. 꽃 피기를 기다리는 간절함을 시샘이라도 하는듯 하늘의 변덕이 요란하다. 꽃을 향한 그리움이 깊다할지라도 지금 이 순간 눈오는 밤의 운치를 외면할 수는 없는 일이다. 뜰에 서서 하늘과 마주 한다.


눈속에서 여물어 더욱 깊어질 봄의 그윽한 향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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