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속에서 막 깨어나는 노루귀와 눈맞춤하고 나니 시간이 흐를수록 얼마나 더 피었을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다시 보고자 입춘에 길을 나섰다. 생각보다 많은 눈으로 덮인 숲에서 새생명의 흔적을 찾기란 어렵고 험난한 여정이다.


노루귀 보았던 비밀의 숲은 설국이라 지난번 보았던 개체의 상태만 겨우 확인하고서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지난 봄 계곡을 내려오며 발견했던 몇몇 곳의 노루귀 터전이 궁금해서다.


얼어붙은 계곡물 위에 쌓인 눈을 헤치고 스틱으로 꼼꼼하게 두드려 확인하며 거슬러 오른다. 눈에 익은 장소마다 멈춰서서 눈 위로 드러난 흔적을 확인하지만 쌓인 눈을 뚫고 올라온 모습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눈이 녹을 시간동안 안으로 성장했을 노루귀를 기대해 본다.


계곡의 끝에서 만난 소나무다. 한 뿌리에서 나 하늘 향해 나란히 뻗어가다 나란히 누웠다. 그 나무의 기울기가 허락한 터전에 소복히 내려앉은 눈이 제법 두텁다. 눈이 감지하는 눈의 두께와는 다르게 하얀 눈이 주는 무게감은 훨씬 가벼워 보인다.


숲은 계절에 따라 스스로 속내를 보여줄 경계를 마련해 두었다. 가장 깊숙하고 은밀한 곳까지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는 시간이 이 겨울이다. 어려움을 무릅쓰고 겨울숲으로 들어가는 이유다. 숲으로 난 길의 마지막에서 겨우 보이는 하늘을 보며 깊고 긴 숨을 들여마신다. 숨이 가빠오도록 호흡을 멈춘다.


차고 맑고 깨끗한 겨울 숲의 정기精氣를 가슴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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