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를 팔아 밥을 해 먹고 與李洛瑞書九書 四
집 안에서 값나가는 물건이라곤 겨우 '맹자' 일곱 권뿐인데 오랜 굶주림을 견디다 못해 이백 전에 팔아 그 돈으로 밥을 지어 실컷 먹었소. 희희낙락 영재(유득공)에게 가서 한껏 자랑을 늘어놓았더니 그도 굶주린 지 벌써 오래라, 내 말을 듣자마자 즉각 '좌씨전左氏傳'을 팔아 쌀을 사고 남은 돈으로 술을 받아 내가 마시게 했소. 이야말로 맹자씨가 직접 밥을 지어 나를 먹이고, 좌구명 씨가 손수 술을 따라 내게 권한 것과 다를 바 없지 않겠소. 그래서 나는 맹자와 좌구명 두 분을 천 번이고 만 번이고 칭송했다오. 그렇다오. 우리들이 한 해 내내 이 두 종의 책을 읽는다고 해도 굶주림을 한 푼이나 모면할 수 있었겠소? 이제야 알았소. 독서를 해서 부귀를 구한다는 말이 말짱 요행수나 바라는 짓임을. 차라리 책을 팔아서 한바탕 술에 취하고 배불리 밥을 먹는 것이 소박하고 꾸밈없는 마음 아니겠소? 쯧쯧쯧! 그대는 어찌 생각하오?
*이덕무와 유득공 두 친구가 긴 굶주림 끝에 보란듯이 책을 팔아 호쾌하게 한끼 밥을 먹고 술을 나뉘 마신 다음 이서구에게 사연을 전해준 편지글이다.
궁핍이 가져다준 웃지 못할 이야기지만 벗이 있어서 익살로 살아난다. 벗의 속내를 흥쾌히 받아준 친구의 마음 나눔이 귀하기만 하다. 이런 벗의 사귐이 어디 옛사람들의 글 속에만 있을까만 늘상 그리운건 사실이다. 누군가에게 부끄러운 속내를 털어놓고도 염려가 생기지 않은 일이 이처럼 귀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