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칼을 들면 어떻게 될까. 이 좋은 볕이 무색하게 시린 바람의 기세가 하늘을 찌른다. 드문드문 산을 넘는 구름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듯 어느덧 반을 채운 낮달이 무심하게 얼굴을 내밀 있다.
초록이 그리운 때, 겨울 숲을 찾는 묘미 중 하나는 생명의 기운을 감지할 수 있는 대상을 만나는 것이다. 나무의 겨울눈과 언땅을 뚫고 솟아나는 꽃과 푸르름을 간직한 이끼류가 그것이다. 움츠려 숨죽인듯 보이지만 그 속엔 생명이 꿈틀대고 있다.
바람이 아무리 드세더라도 볕을 이기진 못한다. 제 기운만 믿고 설치다 치친 바람이 잠깐 쉬는 사이 볕이 좋은 곳에 앉아 낮달과 눈맞춤 한다. 반달이 수줍은듯 고개를 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