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박눈이 내린다. 의식을 치루듯 언 손 호호 불며 눈을 뭉친다. 두 손으로 한번에 만들 수 있는 크기다. 더이상 욕심을 내지 않아야 한다.

"하늘만 보아도 
배고프지 않은
당신의 눈사람으로
눈을 맞으며 가겠습니다"

이해인 시인의 시 '첫 눈' 의 일부다. 함박눈 내리는 하늘을 보다가 이내 다소곳이 쌓인 땅 위에 시선을 고정시킨다. 눈을 맞으러 가는 마음자리다.

형상을 만들었으나 이내 사라질 것임을 안다. 눈이 물로 건너갈 사이에 잠시 스스로와 눈맞춤할 수 있는 대상이 필요했다. 뭉쳐지는대로 만들고 손에 잡히는 나무 가지를 주어 표정을 끌어낸다. 군더더기 필요없는 가장 간소하게 드러내기다.

만들고나면 언제나 내 모습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