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만들어준 인연들이 먼데서 온다는 소식에 봄바람 살랑이듯 들뜬 기분이다. 전날 밤 중부지방의 폭설과 남쪽으로 내려오는 도중에 만난 안개로 길을 잘못들어 도착 예상 시간을 훌쩍 넘기고도 한참이나 더 남았단다.


기다리는 동안 관방제림 나무들 사이를 걸었다. 봄날인냥 볕은 좋고 바람마져 잠자듯 온순하다. 느긋한 마음으로 오랜시간을 살아온 나무들과 악수하듯 푸조나무, 팽나무, 느티나무 등등 한그루씩 빼놓치 않고 만져보며 걸었다.


그 키 큰 나무들 틈에서 햇볕에 한껏 제 자랑을 하는 질경이를 만났다. 한해 동안 수고로움으로 품고 키웠을 씨앗을 이미 보내고 난 후의 느긋함이 한껏 여유로움으로 넘치는 모습이다. 볕을 품은 온기가 제 몸을 충분히 감싸고도 남아 가슴을 활짝열어 나눔하고 싶은가 보다.


먼 길을 돌아온 이들이 도착했다. 두번째 만남이든 처음 만나든 반기는 마음이야 차고넘치지만 겨우 머쓱한 눈인사로 대신한다. 그것으로도 충분한 마음들이 만나 얼굴에 피어나는 밝은 미소가 질경이가 발산하는 넉넉한 온기와 다르지 않다.


마치 그날 그 따뜻한 마음들이 만나 정담을 나누던 때처럼 볕이 좋다. 먼 길을 와 짧게 만난 아쉬움으로 돌아오는 봄에 다시 만날 것을 기약했다지만 언제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느날 불쑥 어제 만났던 것처럼 환하게 웃으며 다시 만날 것만 같다.


겨울날 볕이 참으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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