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겨울비가 내린다
굵은 빗소리가 닭 울음을 대신해 잠을 깨운다. 밍기적거리다 온기를 박차고 일어나 토방을 내려섰다. 겉으로야 눈을 기대한다지만 속내는 은근히 쏟아질 비를 바랬는지도 모르겠다. 가을을 건너오는 동안 귀한 비라 더 반갑다. 겨울비 치곤 제법 올 기세다.


여전히 졸고 있는 골목 가로등 불빛으로 붉은 비를 만난다. 불빛 너머 텅 비어버린 채마밭이 물기를 가득 품는다. 오랜 기다림의 갈증을 해결하려는듯 금새 촉촉해졌다.


마음은 춥고
사랑 가난할 때
겨울비 내리다.


*허유의 시 '겨울비'의 일부다. 시인의 "이때/아프게 아프게/하필 겨울비 내린다"는 마무리가 겨울 그 매운 속내처럼 시리다.


잦아들었다 다시 거세어지기를 반복하는 너울성 리듬으로 만나는 이 겨울비는 '하필 겨울비'라는 체념을 씻어주기에 충분하게 내린다. 겨울비, 마음이 추운이에게 제 몸의 온기로 계절을 포근하게 건너라는 응원으로 오는 것은 아닐까.


온기 가득한 붉은 겨울비가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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