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꿈 속을 걸었다.
창문도 없는 방에 갇힌 듯한 답답함을 견디는 유일한 방법이 걷는 것이라도 되는 것처럼 부산한 마음과는 달리 몸은 제자리 걸음뿐이다. 그러다 문득 급하게 서둘러 저물녘 그 강을 찾았다.

강을 가로지르는 낮은 다리 한복판에 섰다. 머리에 스치는대로 정희성의 시 '저문 강에 삽을 씻고'를 읊조린다.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우리가 저와 같아서/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그럴듯한 이유를 찾기보다는 봄날같은 겨울 하루를 건너다 불쑥 이곳에 서 있다는 것에 주목할 뿐이다. 어둠이 내리고 그 어둠 속으로도 미처 감추지 못한 붉은 속내와 마주한다. 얼굴을 스치는 강바람에 스스로를 다독거릴 수 있음에 안도한다.

저물녘, 허리를 적시며 강으로 강으로 걷는 꿈을 꾸며 다리를 건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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