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긋해지는 달이 밤하늘 한가운데 올랐다. 달빛이 뜰에 가득하니 닫힌 창호문 밖으로 나서지 않을 도리가 없다. 서리가 내려앉아 차분해진 가을밤을 즐기기에 충분하다.


달에 주목하면서도 정작 보름달은 외면한다. 오히려 초승달에서 상현달이나 하현달에서 그믐달에 이르는 과정에 더 관심을 갖는다. 이유를 찾는다면 없진 않지만 저절로 마음과 몸에서 하늘을 향하는 시간만 따져봐도 금방 표시가 날 정도로 차이가 난다. 차오르고 꺼져가는 매 순간순간을 마주하는 때마다 달라지는 감정의 흐름이 신기하다.


생백生魄, 음력으로 열엿샛날 또는 그날의 달을 이르는 말이다. 기망旣望, 십육야十六夜도 같은 의미로 쓰인다고는 하지만 이제는 모두 생소한 말이 되었다.


생백生魄의 밝은 달 아래 만추의 밤 정취를 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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