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빛이 머문다. 날이 짧아지는가 싶더니 산 중에 이미 깊은 가을이었다. 가을꽃을 대표하는 쑥부쟁이와 구절초도 이미 시들고 있다. 아침 저녁 옷깃을 여미도록 쌀쌀해진 날씨보다 빠르게 시간은 간다. 한 주 사이에도 몰라보게 달라진 가을 숲의 모습에서 더딘 일상의 시간을 탓했던 어제를 돌아보게 된다.
노란꽃으로 이른 봄의 설렘을 전해주던 생강나무에 단풍이 들었다. 말라가는 잎에 볕이 들어 그 찬란했던 한 때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다. 노랗던 꽃마음으로 인사를 나누던 나무는 다시 노랗게 물든 잎으로 안녕을 고한다. 한동안 움츠렸다 다시 기지개를 펴기 위한 틈을 위해 스스로를 위로하는 몸짓이리라.
어제는 빠르고 오늘은 더디며 내일은 언제나 늦다. 현재를 살지 못하는 시간이 주는 아쉬움이 그렇다. 짧은 가을을 머뭇거리다 놓치지 않아야할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