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갗에 닿는 볕이 부드럽다. 넉넉함으로 곡식과 열매를 여물게하는 그 볕의 한없이 넓고 깊은 품에 살포시 기대어 본다. 좋다 싫다 구별하지 않은 볕의 너그러움이 그대로 스며들어 가슴에 온기를 전한다.


소나무 몸통의 터진 껍질 사이로 볕이 들었다. 다소 시간의 짬이 나는 오후면 가끔 소나무 그늘에 들어 갈라진 껍질을 만져본다. 까칠한 소나무 껍질은 소나무의 시간이지만 내 시간을 확인하는 도구로 삼아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소나무는 속을 부풀리며 스스로를 둘러싼 껍질을 버린다. 몸통에 난 골이 깊어지는 만큼 소나무는 성장하는 것이다.


소나무와는 달리 내 마음을 키워내는 흔적을 찾기가 쉽지 않다. 겨우 늘어나는 흰머리와 눈가의 주름살로 대신하지만 그것으로는 다 알 수 없어 대신할 무엇을 찾는다. 까칠한 소나무 껍질을 만지며 어쩌면 그것과 다르지 않을 내 시간의 흔적을 짐작해 보는 것이다.


여름의 볕은 피하게 하고 겨울의 볕은 탐하게 하지만 가을날 오후의 볕은 조건없이 곁을 허락하는 여유를 가졌다. 크지 않은 소나무에 잠깐 들어앉은 여유로운 볕으로 가을날의 넉넉함을 누린다.


품을 키워가는 낮달과 함께 까실까실한 볕이 참 좋은 가을날의 오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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