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리나무'
늦은 오후 지는 해를 마주보며 숲길을 걷는다. 나뭇잎 사이로 언듯언듯 비추는 햇살에 곱게 물든 꽃잎을 본다. 꽃을 해와 나 사이에 두고 이리저리 빛이 스며드는 틈을 찾아 눈맞춤하는 시간이 참으로 좋다. 빛과 나 사이 사이에 따라 달라지는 색의 오묘함 그 무엇으로 대신할 수 있을까.
붉은 빛을 한껏 뽑내는 늦은 오후의 싸리나무의 매혹적인 모습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옛사람들의 생활 전반에 깊숙히 들어앉아 일상을 함께한 나무라는 점이 더 매력적이다. 사립문을 비롯하여 싸리비, 삼태기, 지게 위에 얹는 바소쿠리와 부엌에 두는 광주리, 키 등 거의 대부분이 싸리나무로 만든 것이다. 그만큼 흔하면서도 쓰임새가 많아 두루두루 사용되었다.
싸리나무 종류는 제법 많다. 가장 먼저 꽃을 피우는 땅비싸리부터 조록싸리, 광대싸리, 참싸리, 싸라나무 등 우리나라에만 20여 종의 싸리나무가 있다고 한다. 시기에 따라 고운 꽃을 찾아볼 만큼 매력적이어서 놓치고 싶지 않은 꽃 중에 하나다.
싸리나무는 생가지를 태워도 연기가 나지 않는다고 하여 빨치산들의 산속 생활에서도 많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상념', '사색'이라는 꽃말은 어디에서 연유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