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천에 뜬 새벽달은 안개 속으로 숨어들어 눈맞춤을 외면하고, 물 위에는 물이 되고싶은 안개만 가득하다. 겨우 물과 물 아닌 것의 경계만을 보여주는 저수지의 표면은 꿈틀대며 허공에 손을 내밀고 있다. 내밀면 닿을듯 지척인 산그림자가 아득하다.

보고자 찾아온 물안개는 오리무중이다. 피어오르기 위해선 아침 햇살이 필요한데 아직은 안개에 갇힌 해는 게으름을 피우고 있다. 이제나저제나 조바심 내는 마음을 두고가는 더딘 발걸음은 혹시나 하며 자꾸만 뒤돌아 본다.

까실까실한 햇볕을 기대해도 좋을 가을날의 하루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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