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걸음을 멈추고 들이쉬는 숨도 조심스럽게 물끄러미 본다. 버릇 처럼 바라다 보는 방향이다. 그렇게 바라다 보는 일의 중심에 마냥 하늘로만 향하는 나무 메타세콰이어가 있다. 하늘 가장자리를 머리에 이고도 태평한 나무가 참으로 이쁘다.


가을 하늘

누구의 시린 눈물이 넘쳐
저리도 시퍼렇게 물들였을까


끝없이 펼쳐진 바다엔
작은 섬 하나 떠 있지 않고
제 몸 부서뜨리며 울어대는 파도도 없다


바람도 잔물결 하나 만들어 내지 못하고
플라타너스 나무 가지 끝에 머물며
제 몸만 흔들고 있다


*목필균의 시 '가을 하늘'이다. '작은 섬 하나 떠 있지 않고 / 제 몸 부서뜨리며 울어대는 파도도 없다' 는 하늘이 지금 눈 앞에 펼쳐저 있다.


마주하고 싶은 바다를 한동안 보지 못한 마음을 아는 것이리라. 하늘을 통해 바다를 보여주는 것이 이제 곧 그 하늘을 품어 더 깊고 푸른 바다를 볼 때가 다 되었다는 신호로 읽는다. 바다가 보낸 편지를 섬도 파도도 없는 하늘에서 읽는다.


하늘 향한 나무를 돛대삼고 산을 넘어온 바람에 기대어 난 지금 바다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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