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내려온 안개가 마을을 삼키듯 기세가 등등하다. 얼굴에 닿는 안개의 무게가 무겁고 둔탁하다. 빨래를 비틀어 짜듯 한움쿰 손에 쥐고 비틀면 한바가지는 금세 넘칠만큼 물기를 흠뻑 머금고 있는 안개를 반기는 것은 채마밭 배추모종과 이를 바라보는 여전히 이방인인 나뿐이다.
새벽에 잠깨면
잠시 그대의 창문을 열어보라.
혹시 그때까지 안개의 자취가 남아 있다면
당신을 가장 그리워하는 사람이 지금
안개가 되어 그대의 창문가에
서성거리고 있겠거니 생각하라.
떠나가는 사람의 뒷모습이여,
머리풀고 흐느끼는 내 영혼의 새여,
당신을 나의 이름으로
지명수배한다.
*이정하의 시 '새벽안개'다. 칠망七望의 달 때문에 밤을 뒤척인 것은 어쩌면 새벽안개를 맞이하기 위한 예비의식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적당한 거리에 틈을 메꾸는 안개는 벽을 세워 고립을 자초하는 것이 아니다. 닫힌듯 열린 공간에 서로를 향한 마음 더욱 간절함이 이렇다는 것을 그대가 문득 깨닫기를 바라는 마음이 서성이는 것이다.
시나브로 안겨오는 안개의 세상으로 아침이 포근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