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사이 아니온듯 숨죽여 내린비를 품은 안개가 미쳐 산을 넘지 못했다. 빗방울을 머리에 인 꽃들은 허리를 숙이고 무게를 덜어줄 바람을 기다리는 마음에도 빈틈은 있어 아침이 느긋하다. 손바닥만한 뜰을 거니는 동안 바짓가랑이를 적신 빗방울을 간밤의 불편한 속을 비우듯 털어낸다.
담장 위 유홍초는 으름덩굴을 딛고 하늘향해 꿈을 키워간다. 그 유홍초의 꿈을 겨우 눈으로만 따라가는 마음으로도 충분하다.
여전히 마을 어귀를 서성이는 안개의 품 속 포근함으로 가을날의 하루를 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