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요등'
여름이 무르익어 가을로 가는 길목 언저리 즈음에 유독 향기로 존재를 알리는 식물들이 있다. 비오는 날이나 달밝은 밤엔 더 진한 향기로 발걸음을 붙잡는다. 향기는 사람마다 기호에 따라 차이가 있어 호불호가 나뉘지만 은근히 전해지는 이 향기가 그리 싫지 많은 않다.


길쭉한 원통형에 붉은 속내로 가득 채우고서 혼자서는 부끄러워 무리를 지었나 보다. 꽃통의 윗부분은 다섯 개로 갈라지고 하얗게 핀다. 안쪽은 붉은빛으로 곱게 물들어 있고, 제법 긴 털이 촘촘히 뻗쳐 있다.


계요등의 계는 닭을 의미한다. 닭의장풀이나 닭의난초 등 어쩌다 닭과 관련된 이름을 얻었을까. 사는 곳이나 모양, 냄새 등으로 닭을 연상하는 무엇에 주목한 결과다. 계요등은 잎을 따서 손으로 비벼 보면 약간 구린 냄새가 난다. 이 냄새가 양계장에서 풍기는 진한 닭똥 냄새와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작고 예쁜꽃이 옹기종기 모여 가을로 가는 길목에 향기를 전하고 있다. 혹, 가을내음이 여기로부터 시작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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