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나무가 있는 국경
김인자 지음 / 푸른영토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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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의 마음속에 함께 머무는 시간

삶 자체가 여행으로 표현되기도 하지만 일상이 오늘의 환경과 조건에 묶여 마음조차도 자유롭지 못한 현실에서 다른 이의 여행이 주는 맛으로나마 내 삶을 음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이 맛에 풍미를 더하여 내 삶의 맛으로 가져오는 것은 다 내 몫이기에 여행에세이를 통해 무엇을 어떻게 볼 것인가도 내 몫이다.

 

여행의 본래 가치는 어디에 두어야할까아니 본래 가치라고 부를만한 것이 있기나 할까사람마다 제 가치관에 의해 사물을 대하고 그것에 의해보고 느끼고 경험하는 것이 다르듯 여행 역시 같은 시각으로 본다면 본래적인 가치는 없을지도 모른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치를 찾는다면 그 가치의 본래 목적을 사람에 두고자 한다목적을 어디에 두었는가는 차치하더라도 여행이라는 길 위의 시선을 늘 사람에게 있는 까닭이다.

 

그런 의미에서 대관령에 오시려거든이라는 책으로 만나 독특한 시각에 매료되었던 김이자의 이 책 사과나무가 있는 국경은 그 여행의 목적에 충실한 여행에세이로 보여 진다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저자의 시선이 닿는 중요한 곳에 사람이 있다그 사람들의 일상에 녹아들어가 그들의 삶이 가진 가차를 발견하고 인정해주는 따뜻한 시선이 그대로 담겨있기 때문이다경계의 범주를 넘어선 아이들을 향한 연민의 눈빛에서 어쩌면 삶의 종착역에 있을지도 모를 늙은이들의 주름진 얼굴 표정에 이르기까지 저자의 시선에는 한결같이 그들의 삶 자체를 존중하는 따스함이 있다그들 모두는가진 걸 모두 주고도 아깝지 않은 이들이다.

 

이유 없이 피는 꽃이 있을까문득 피는 꽃이 있을까.” 수많은 문장 중에 다음 책장으로 넘어가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던 문장이다낯선 곳낯선 풍경낯선 사람들 틈으로 스스로 걸어들어 간 것을 여행으로 본다면 그 여행의 모든 것을 이루는 중심에 바로 이런 마음이 있어야 하고 또 있기에 가능했던 그 모든 깨달음이 아니었을까 싶다이 시선으로는 너와 나를 구분하지 않을 것이기에 더 이상 여행지의 이방인이 아니라 동시대를 살아가는 동일한 사람으로 삶의 여정이라는 한 곳을 바라보고 묵묵히 걷는 여행자들인 것이다.

 

누구나 '날마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삶'을 꿈꾼다이 꿈에 여행이 가져다주는 긍정적인 효과는 다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치 큰 것이라는 점은 문지방을 넘어 길을 나서본 사람들만이 알 수 있다저자의 사람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대상에 그치지 않고 자기 스스로에게로 귀결되는 것은 바로 이런 여행이 준 가장 큰 혜택은 아니었을까.

 

언제부턴가 변화보다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일상이기를 바란다. '어제 같은 오늘오늘 같은 내일'이길 바라는 것이 그 마음이다여행과 같은 일상에 더 이상의 변화를 수용할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다는 의미가 결코 아니다결코 돌아갈 수 없는 어제와 미리 당겨 쓸 수 없는 내일에 주목하여 오늘이 주는 의미를 소홀하게 대하지 않으리라는 다짐이다.

 

셀 수 시간과 공간에 홀로 우뚝 서서 스스로를 돌아봤을 여행자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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