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立秋라 그런걸까. 습기를 덜어낸 땡볕에선 잘 말라가는 풀 냄새가 난다. 뽀송뽀송하면서도 부서지진 않을 적당한 까실거림이 이 느낌과 비슷할까. 간혹 부는 바람이 전하는 가을의 냄새가 스치듯 잠시 머물렀다 간다.
잔뜩 습기를 품었지만 같은 느낌을 받았던 산행에서 만난 나무다. 남덕유산 정상 못미처 가파른 오르막 길에서 잠시 나무에 기대어 그 나무가 품은 습기로 지친 몸을 다독였다. 거제수나무, 자작나무과이니 자작나무의 특성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기에 남쪽에서는 보기 어려운 자작나무를 대신해 손으로 쓰다듬고 안아보기도 하면서 깊은 인사를 나눴다. 산을 넘어온 바람이 전하는 시원함이 혹 그 나무가 전하는 안부는 아닌가 싶어 앨범을 찾아보고 그 날의 만남을 떠올린다. 다시 찾을날 있어 그 나무아래 쉴 수 있길 바래본다.
어떤 나무를 떠올릴 때마다 가슴에 온기가 스며듬이 있어 은근히 이를 즐겁게 누린다. 지금 이순간 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