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화'
뜰을 마련하고 옆집에서 나눠준 구근을 뜰 가장자리에 심었다. 다음해부터 피기 시작한 꽃은 해마다 그 숫자를 늘려간다. 오랜 기다림 끝에 솟아난 꽃대는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빠르게 핀다. 오랜 기다림이 그만큼 간절했으리라. 그제 꽃대를 올렸던 상사화가 오늘 피었다.


아직 한 번도
당신을
직접 뵙진 못했군요


기다림이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가를
기다려보지 못한 이들은
잘 모릅니다


좋아하면서도
만나지 못하고
서로 어긋나는 안타까움을
어긋나보지 않은 이들은
잘 모릅니다


날마다 그리움으로 길어진 꽃술
내 분홍빛 애틋한 사랑은
언제까지 홀로여야 할까요?


오랜 세월
침묵속에서
나는 당신께 말하는 법을 배웠고
어둠 속에서
위로 없이도 신뢰하는 법을
익혀 왔습니다


죽어서라도 꼭 
당신을 만나야지요
사랑은 죽음보다 강함을
오늘은 어제보다
더욱 믿으니까요


*이해인 시인의 시 '상사화'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상사화에 기대어 풀어내는 사람의 마음을 지극하게도 담았다. 이해인의 그 마음이 상사화를 보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초봄에 돋아난 잎은 초여름이면 말라 죽고, 그 뒤에 꽃줄기가 쑥 올라와 연분홍빛 꽃이 핀다. 이로인해 잎과 꽃이 한번도 만나지 못하는 것이다.


상사화 종류로는 상사화, 진노랑상사화. 붉노랑상사화, 백양꽃, 위도상사화, 제주상사화가 있고 흔하게 상사화라고 부르는 꽃무릇(석산) 등이 있다. 주로 색의 차이로 구분하지만 꽃무릇의 경우는 꽃 모양이 전혀 다르다.


견우와 직녀는 칠월칠석 날 일년에 한번은 만난다지만 상사화의 잎과 꽃은 평생 만나지 못한다. 하여 이별초離別草라고도 부르는 상사화는 '이룰 수 없는 사랑'이란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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