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에 갇힌 칠월의 마지막날이다. 젖은 솜이불 마냥 무거운 공기지만 어쩌다 인심쓰듯 부는 바람끝에 시원함이 서려있다.


"내고장 칠월은/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 주저리 열리고/먼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ᆢ"


*이육사의 시 '청포도'의 일부다. 칠월을 떠올리면 자동으로 암송되는 시 중에 하니다. 다 매맞으며 외웠던 학창시절 덕분이다. 내 뜰에 우박 맞아 생기다 만 먹포도는 칠월의 햇볕에 까맣게 익어가고 있다. 신맛이 강해 주인의 눈밖에 난 포도지만 새봄 그 붉디붉은 새순은 어쩌지 못하고 가슴에 담아 놓았다. 칠월과 팔월의 사이에 청포도가 익어간다.


"꽃은 지면서도/울지 않는 것처럼/보이지만/사실은 아무도 모르게/눈물을 흘리는 것/일테지요/세상에 살아있는 동안만이라도/내가 모든 사람들을/꽃을 만나듯이 대할 수만 있다면/그가 지닌 향기를/처음 발견한 날의 기쁨을/되새기며 설레일 수 있다면ᆢ"


*이해인의 시 '칠월의 시' 일부다. 꽃이 피지 않은 계절은 없다. 눈보라 밭에서도 피니 폭염이라고 다를 수 없듯이 꽃은 제 사명을 다하기 위해 피었다가 진다. 한여름에 피는 꽃일수록 화려한 색과 진한 향기로 무장하고 세상에 나온다. 자연 속 꽃은 늘 그렇게 주변의 조건과 조화를 이루며 사명을 다한다.


빛과 온도와 습도까지 최적의 조건에서 사람의 손에 태어난 꽃은 본래의 사명을 잃어버린 것은 아닐까. 꽃으로 피어났지만 화려하게 피어날 순간에 잘려 누군가의 마음을 뜰로 옮겨지는 것이 어쩌면 새롭게 꽃에게 부여된 사명일지도 모르겠다.


살아서 그 사명을 다했지만 죽어서까지 모진 삶이 어어진다면 어떨까. 죽어도 죽지 못한 삶이라 벽에 붙어서도 기울어진 것일까. 끝나는 칠월에도 여전히 그대를 꽃으로 처음 발견한 날의 기쁨으로 설렐 수 있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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