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산을 넘어온 바람결에 가을 소식을 듣는다. 아직은 삼복지간三伏之間이라 섣부른 판단을 경계하는 것이 크지만 몸이 먼저 아는 것은 마음보다 비교적 정확하다. 한낮의 폭염에도 어제와 오늘은 분명하게 달라졌다.

길모퉁이 돌면 반가운 가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마른 땅을 뚫고 올라온 여리디여린 '무릇'이 피어 수줍은 속내를 살포시 건네는 곳이라 더이상 다른 무엇을 기대할 수도 없다. 곱고 여린 '무릇'이 하루를 건너온 넉넉한 햇살에 부끄러움도 잊은채 웃고 있을 상상만으로도 충분하다.

오늘은 저 모퉁이 돌아서면 미리 마중나와 있을지도 모를 그 '무릇'을 만나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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