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하다. 장대비는 소리로부터 온다. 먼 산엔 밝은 햇살이 눈 앞에 쏟아지는 빗줄기로 눈도 귀도 청량감에 소나기의 맛과 멋을 만끽한다.
'장대비'
오래된 쇠못의 붉은 옷이 얼룩진다
시든 꽃대의 목덜미에 생채기를 내며
긴 손톱이 지나가는 자국
아픈 몸마다 팅팅 내리꽂히는
녹슨 쇠못들
떨어지는 소리
*조용미의 시 '장대비' 일부다. 문득, 녹슨 양철지붕에서 떨어지는 빗물에 눈맞춤 한다.
빗소리 들리면 저절로 눈이 가는 지붕 모서리다. 내리는 정도와 모습엔 아랑곳 없이 몸에 닿는 모든 비를 모아 출구를 열었다. 내리는 비의 양에 따라 모습이 달라지지만 그 어떤 모습일지라도 주목하게 만드는 곳이다. 하늘 끝 그 시선이 멈춘 곳과 가로수길이 시작되는 첫 메타세꽈이어와 만나는 곳이기도 하다. 이 절묘한 조합이 주는 매력에 참으로 좋다.
점점이 방울지다 흘러내리고 다시 방울로 끝을 맺는다. 사람 사는 일도 이와 다르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