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인간 - 식(食)과 생(生)의 숭고함에 관하여
헨미 요 지음, 박성민 옮김 / 메멘토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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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사는 일의 가치에 주목 한다

먹는 것에 민감하지 않은 사람이다당연히 음식과 관련된 이야기에도 별 흥미를 갖지 못한다그렇다지만 잘 차려진 음식상을 보면 외면하지는 않는다나아가 음식이 배고픔을 해결하는 것 이상의 무엇이 있다는 것엔 공감한다.

 

먹는 것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반드시 해결되어야할 인간생활의 기본 요소 중의 하나다하지만 현대에 이르러 먹는 것을 바라보는 것은 이런 기본적 시각에서 먹는 것에서 미를 찾는 것에 이르기까지 다소 멀리 와 있다는 것이 현실이다하지만 특정한 지역이나 인위적인 환경의 변화에 따라 먹는 문제가 여전히 목숨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수단인 지역과 사람들이 존재한다.

 

이 책은 교도통신 외신부 데스크로 일하던 헨미 요가 1992년 말부터 1994년 봄까지 세계를 여행하며 만난 사람과 음식에 관한 현장 보고서다. ‘먹는 인간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역사정치사회적으로 분쟁을 겪었거나 여전히 위험과 갈등이 산재하는 방글라데시베트남필리핀독일크로아티아소말리아러시아,우크라이나한국 등 15개 국을 찾았다그곳에서 만난 사람들로부터 다양한 이유로 '먹는 행위'에 주목했다.

 

음식그 이상의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을까저자는먹다라는 주제로 식()과 생()의 숭고함에 관하여 탐구한다이 과정에서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음식을 먹는 사람들침샘을 자극할 정도로 활력이 넘치게 먹는 행위에 열중하는 사람들민족과 종교도 어쩌지 못하는 맹렬한 식욕의 굶주린 사람들전쟁의 공포에 짓눌려 식욕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삶에 밀착해 들어가 그들이 간직해온 이야기와 기억을 나누어 받아먹는다.

 

가난한 아시아갈등하는 유럽뜨거운 아프리카가깝지만 낯선 한국 등을 주제로 동남아시아유럽아프리카 등의 나라를 찾아가는 저자의 시각은 언제나 음식그 이상의 무엇에 닿아 있다기자라는 시작과 신분으로 오지나 분쟁지역의 한복판을 찾아가며 그 속에서 삶을 개척하고 있는 사람들의 먹는 행위에 주목한다. ‘너덜너덜한 인간세계의 풍경에서 포착한 먹는 인간의 모습은 애잔하고 슬프지만 때론 풍요롭고 아름답기까지 하다.

 

하루가 멀다고 올라오는 먹는 사진에서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먹방에 이르기까지 먹는 것은 여전히 인간이 삶을 영위하는 기본적인 요소임에는 분명하다식도락에 이르러서는 더 이상 목숨을 부지하기 위한 기본 행위를 넘어서 있다하지만세계는 여전히 기갈과 포식이 공존하는 것 또한 변화지 않았다.

 

모든 가치와 의미를 상품화와 소비로 환원해버리는 고도의 소비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사람이 먹고사는 일의 본래 가치와 의미가 묻히고 만다자본주의의 풍요가 어쩌면 먹고 살아가는 행위가 얼마나 숭고한 일인지를 잊은 것은 아니까먹는 것의 본질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제기하는 저자의 물음에 어떤 답을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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