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저녁을 콩물국수로 대신하고 집으로 돌오는길 문득 생각나서 소식도 전하지 않고 불쑥 들렀다. 담양 금산 아래 터를 잡은 달빛 무월마을 허허공방이다.
일이 끊이지 않은 농번기 농촌의 일상인지라 조심스러운 마음이 앞서 머뭇거림에도 타박하지 않고 들고 있던 숟가락 놓고 반겨 맞아주는 마음이 늘 달빛처럼 곱기만하다.
집체만한 자두나무 아래를 서성이다 손 닿는 곳에서 검붉게 익은 자두 하나를 따서 옷에 대충 문지르고 깨물었다. 입안에 번지는 새콤달콤함이 무월리 허허공방 주인의 속내 만큼이나 좋다.
처마밑에 웃음이 머물러 있다. 엉성한 짚푸라기 그대로인 몸이 어쩌면 털복숭이 인류의 조상이 아닐까 싶다. 지친듯 구부정한 몸과 늘어뜨려진 팔은 일상의 긴장을 놓아버린 여유로움이 그대로 드러난다. 앞산 망월봉 언저리를 바라보는 모양새가 입을 동글게 벌리고 거리낌 없이 잇따라 크게 웃는 허허, 딱 그것이다. 허허가 여기에서 와 이렇게 머물러 있나보다.
시간이 겹으로 쌓여가는 삶이 제 무게를 스스로 감당하느라 자연스럽게 굽어지고 흐트리진다.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가는 순리를 따라 가면 된다. 토우나 사람이나 다르지 않다. 아직은 나무의자가 든든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