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켈란젤로를 괴롭힌 사람'
피렌체 시청사 현관을 마주하고 건물 오른쪽 모퉁이를 돌면 벽면에 보이는 얼굴조각이라고 한다. 이미 당대에도 유명한 미켈란젤로를 말도 안되는 소리로 횡설수설하는 사람이 따라다니며 귀찮게 했는데 이 사람을 새겨놓았다고도 하고, 작업에 집중하던 미켈란젤로가 시청사 광장에서 참형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죽음을 앞둔 죄수의 표정에 충격을 받아 그 죄수의 얼굴을 세겼다고도 한다.
무엇이 맞는 이야기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누군가의 얼굴을 세겨둘만큼 강한 인상을 받았다는 것은 사실일 수도 있겠다. 움푹패인 퀭한 눈이 주는 강렬한 인상으로 이미 그 상징성은 충분히 드러나고 있어 보인다. 그가 누구이든 수 백년이 지나도록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면 그것도 큰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누군가 내게 이렇게 강렬한 인상으로 다가와 심장에 세겨진다면 감당할 자신이 있을까. 그가 철천지 웬수만은 아니길 빈다. 원컨데 연인이든 스승이든 벗이든 그를 떠올려 그 세겨진 가슴에 따스한 온기를 느낄 수 있다면 더이상 다른 무엇을 바랄 이유가 없다.
'미켈란젤로를 괴롭힌 사람', 손에 든 책 한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긴 시간을 머뭇거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