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을 키워가는 상현달은 서둘러 서산을 넘어가고 그 뒤를 따라 처마밑 풍경소리가 울린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골목 어귀 감나무 아래에 섰다. 늙은 감나무는 새잎을 내기가 버거운지 더디기만하고 그 틈을 담쟁이덩굴이 대신하고 있다.
"한없이 풀어지는 피곤한 마음에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너의 꿈이 달의 행로와 비슷한 회전을 하더라도
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기적 소리가 과연 슬프다 하더라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서둘지 말라 빛이여
오오 인생이여"
*김수영의 시 '봄밤'의 일부다. 서둘러가 가는 봄이 못내 아쉬운 시간이다. 때이른 한낮의 더위를 식혀주기에 적당한 시원한 밤공기가 봄밤의 정취를 더해준다. 봄은 서둘러 가더라도 붙잡아두고 싶은 마음이니 봄밤의 정취를 느긋하게 누리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여문 봄밤이다. 이미 서산을 넘어간 달도 없는 어둠 속에서 때를 놓치는 법이 없이 찾아온 소쩍새 울음 소리가 반갑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