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산자 대동여지도'


박범신의 2009 년 소설 '고산자'와 2016년 강우석의 '고산자 대동여지도'가 만나다.


박범신의 '고산자'는 '통찰력이 뛰어난 인문학자였고, 조국을 깊이 사랑했던 산인(山人)이었으며, 집념이 강한 예술가였다'라고 평가한 김정호라는 사람의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다. 홍경례의 난 등 사회적으로 어지러웠던 조선말기 아버지의 실종을 밝혀 달라고 산벗나무 꽃피던 어느 봄날 관아의 높다란 대문 앞에서 무릎 꿇고 매달리던 한 소년이 고향을 등지고 전국을 떠돌며 삶을 이어가 결국에 자신의 소망을 이뤘지만 그게 다 부질없음을 알고 사랑하는 피붙인 딸과 조용히 사라지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어버지의 죽음, 부패한 권력, 외세의 침입, 천주교라는 낯선 사상의 도입, 실사구시 학문의 대두, 벗의 사귐과 그들의 죽음을 선고하는 만장 등 이는 고산자 김정호가 살았던 시대, 그가 직면한 현실을 나타내는 단어들이다. 저자는 이러한 매개를 이용하여 발 딛고 살아가는 산천의 주인이 백성임을 알고 백성들의 삶의 시작과 끝이 되는 산천을 온전히 담아내 백성들 품으로 돌려주고자 했던 김정호의 마음을 읽어간다. 한 사람의 삶을 외롭고(孤), 높으며(高), 옛산을 담고자 하는 마음(古)으로 풀어내고 있다.


깅우석의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는 김정호가 대동여지도의 초판을 완성한 이휴의 이야기에 촛점을 맞추고 있다. "지도가 곧 권력이자 목숨이었던 시대"를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조선후기 대원군을 중심으로 한 안동김씨와의 정치권력과의 갈등 속의 김정호가 그려지고 있다.


이 나라 곳곳의 아름다운 모습이 영상으로 펼쳐지고 그 풍경 속을 외롭게 걷는고산자 김정호의 모습이 그려지는 것은 영화의 특성상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김정호는 생몰연대를 알 수 없는 사람이다. 그러기에 상상하기에는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있다. 그 가능성으로부터 김정호를 보고자하는 이의 마음에 따라 달리 그려질 것이다. 강우석의 '고산자 대동여지도'에는 박범신의 그 김정호와는 당연하듯 사뭇 다른 사람이다.


강우석 감독은 '고산자 대동여지도'를 통해 김정호의 무엇을 보고자 했을까?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도 그 의문은 풀리지 않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