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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아트 저널리스트 김홍도 - 정조의 이상정치, 그림으로 실현하다
이재원 지음 / 살림 / 2016년 4월
평점 :
정조, 예인 김홍도의 눈으로 세상을 보다
단원 김홍도라고 하면 우선 떠올리는 것은 조선 후기 풍속화가였다는 점이다. 혜원 신윤복과 더불어 단원 김홍도라고 하면 의례 껏 풍속화를 떨칠 수 없는 것은 그만큼 강하게 각인이 되었다는 말이며 자주 접했다는 말과도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우리는 풍속화를 제외한 단원 김홍도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 것일까?조선 500년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화원 김홍도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에 비해 알려진 바가 그리 많지 않은 인물 중 한명이다.
이재원의 ‘조선의 아트 저널리스트 김홍도’는 잘 알 것도 같으면서도 막상 아는 것이 별로 없는 김홍도의 이야기를 담은 평전이다. 그동안 김홍도(1745~ 1806년경, 경기도 안산 출생)는 단편적인 그림을 통해 이야기가 회자된 것을 빼면 오주석의 ‘단원 김홍도(2006. 솔)’를 제외한 그럴듯한 대중교양서적조차도 찾아보기 힘든 현실이다. 이런 현실에서 담원 김홍도의 일생과 그림, 그를 둘러싼 인간관계까지를 두루두루 살피는 책이 발간되었다. ‘조선의 아트 저널리스트 김홍도’가 그것이다.
“네 붓끝에 내 꿈을 실어도 되겠느냐? 과인과 단원의 인연은 백성에서 시작된 것이니 이것이야말로 하늘이 그대를 내게 보낸 이유라 생각한다. 그러니 백성의 숨결을 그려오라.”
저자 이재원이 이 책에서 김홍도에 대해 주목하는 것은 사람과의 관계에 있다. 예술가의 길에서 스승이자 벗이었던 강세황, 심사정, 이인문, 장혼, 김응환 등과의 교류와 더불어 정조 왕과의 관계에 주목한다. 특히, 정조와 단원의 만남은 정조 왕의 일방적인 총애에 있지 않고 양자가 각기 자신의 처지에서 서로에게 의지했던 점에 주목한 것이다.
‘조선의 아트 저널리스트 김홍도’와 비교되는 책으로 오주석의 ‘단원 김홍도’가 있다. 둘 다 비슷한 맥락에서 김홍도를 살핀다. 오주석의 책 ‘단원 김홍도’는 일상이나 그림 등 다양한 측면에서 화가 김홍도를 조망하고 있다. 특히 조선왕조실록이나 승정원일기를 비롯하여 당시 김홍도와 교류가 있었던 문인들의 문헌을 총 망라하여 그의 생애 전반에 걸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반면 ‘조선의 아트 저널리스트 김홍도’는 일생을 스승 강세황을 만나 그림을 배우며 자신만의 독특한 그림세계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인간관계를 살핀다. 다른 축으로는 정조와의 필연적인 만남으로부터 상호 보안적인 관계를 유지했다는 점이다. 이는 문예군주 정조의 다양한 요구를 수행하며 스스로도 조선의 우뚝 선 화가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김홍도라는 눈을 통해 백성을 위한 정치를 실현하고자 했던 정조와 자신을 믿고 이끌어주었던 정조에 대한 정성을 바친 두 사람의 관계에서 인간관계의 한 전형을 만나볼 수 있다.
다만 이 책에서 아쉬운 점은 정조를 비롯한 스승, 동료화가들과의 관계에 주목하다 보니 풍속화나 아집도,기록화 등에만 집중적으로 살피게 되면서 김홍도의 다른 측면에 대해 살피는 것이 소홀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 처음 소개되는 김홍도의 다른 그림‘징각아집도’를 만나 아쉬운 점을 떨쳐버리기에 충분하다고 여겨진다.
‘조선의 아트 저널리스트 김홍도’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대화체로 구성된 이야기에 있다고 보인다. 다양한 문헌상의 기록를 바탕으로 행간을 읽어내 저자가 스스로 스토리텔링한 내용을 대화체 속에 녹여내고 있는 것은 저자의 정조와 김홍도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깊은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