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필의 미학
이태동 지음 / 문예출판사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누구나 글을 쓰고 누구나 책을 내는 세상이다. 한편으로는 다행이라 여기면서도 질이 떨어지는 책을 만날 때면 염려되는 바가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이 누구나 글을 쓴다고 햇을 때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이 다름 아닌 수필일 것이다. 만만한 글쓰기의 전형처럼 여겨지는 수필은 과연 그럴까? 수필이 언제부터 우리들에게 이런 이미지로 남게 되었을까?

 

붓 가는 대로 쓰기 쉬운 장르이면서 글쓴이의 일상적인 일을 주제로 하여 쓰는 글로 인식하게 되면서 수필은 문학의 한 장르에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올바로 평가받지 못한 측면이 강하다. 이는 수필이 많은 사람들에게 일상적으로 글을 쓸 수 있게 하는 계기로 작용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글쓰기에 대한 성급한 욕망으로 인해 질적 가치를 담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도 했다는 점에서 부정적 평가를 받기도 한다.

 

수필이 처한 이러한 현실에서 한국 현대 수필이 지닌 문학적 가치를 문학사적으로 탐색하고 조망한 책이 이태동 교수의 한국수필의 미학이다. 저자는 한국수필 22편을 선별하고 그 수필과 수필을 쓴 이의 문학적 가치를 냉철한 시각으로 평가하고 있다.

 

김진섭, 이양하, 피천득, 이상, 김태길 등 내노라 하는 한국수필의 저자들이다. 이들의 작품이 국어교과서에 실려 50대 이상 나이 지긋한 사람은 누구나 알고 있는 작가들이기도 하다. 이양하의 신록예찬’, 피천득의 인연’, 이상의 권태등 초창기 수필에서부터 김후란의 , 그 향기로운 대화’, 이해인의 새에 대한 명상’, 김영만의 ‘‘몽유도원도를 들여다보며’, 오세윤의 편지’, 김애양의 부러진 기타등과 같은 비교적 최근의 작가들의 작품까지 망라하고 있다.

 

작가들의 수필만 소개하는 책이 아니다. 한국수필의 초창기 작가들부터 현대의 작가들까지 그들의 작품에 대한 비평과 함께 작품 해설을 포함하고 있다. 물론 작가들의 작품을 고스란히 볼 수도 있다.

 

여기에서 저자 이태동 교수는 붓 가는 대로 쓰기 쉬운 장르이면서 글쓴이의 일상적인 일을 주제로 하여 쓰는 글이라는 수필에 대한 정의가 글의 주제와 깊이를 제한시켜왔다는 아쉬움에서 그렇지 않고 글의 주제와 자기성찰의 깊이가 확보된 글도 많이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며 수필이 가지는 문학적 가치를 올바로 바라보고자 했다. 저자는 치열한 사색의 결과물을 품격 있는 언어로 구성한 아름다운 한국수필들과 그 수필의 문학적 가치, 지적인 성취뿐만 아니라 약점과 아쉬움까지도 솔직하게 보여주고 있다. 한국수필이 가지는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고 그 가치를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필은 결코 쉬운 글이 아니다. 이러한 평가는 현대에 들어 글쓰기에 대한 열망이 급속도로 증가하여 많은 사람들이 시도하고 있지만 질을 담보하지 못한 관계로 인해 수필이 가지는 가치를 왜곡하는 현실의 반영으로 보인다. 한편의 수필이 가지는 가치는 대하소설에서도 주지 못하는 감동을 전해줄 수도 있다. 독자로써의 바람은 글쓰기에 대한 열망이 자신과 사회에 대한 사색과 성찰의 결과로 글 속에 아름답게 녹아들어 독자와 만나야 한다는 당위와도 관련이 된다. 아름다운 한국수필이 꽃 피울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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