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 : 우리가 몰랐던 신비한 땅이야기
민홍규 지음 / 글로세움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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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 얽힌 이야기

방외지사(方外之士)란 주류에 포함되지 못하지만 자신의 분야에서 두드러진 업적을 남긴 사람들을 의미한다면 우리 사회에 수많은 방외지사들이 있다. 단지, 제도권에 편입되지 못하여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빼면 그들은 엄밀하게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가 인정받고 있다.

 

우리가 몰랐던 신비한 땅 이야기 의 저자 민홍규도 그런 범주에 들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민홍규는 20064대 국새 국민공모에 인문전각과 뉴조각 등이 당선되어 제작한 국새가 완성되어 3년 동안 사용되다 소송에 연루되어 3년간 옥살이를 하였고 지난해 9월 출소했다. 그가 옥새를 제작하기 위해 옥새 제작할 건물의 터를 잡고 건물을 세우며 그 터를 조선하면서 겪었던 이야기를 상세하게 기록한 책이다. 민홍규는 어려서부터 서예를 비롯하여 동, 서양화는 물론 16세부터 석불 정기호 문하에서 옥새 동장 전각을 사사하고 국새(소옥새)제작원리에 풍수나 동양학적 원리가 도입되는 것을 배웠다. 이를 바탕으로 말보다 실제 쓰이는 우리 예술 문화의 정립을 지향한다.

 

민홍규는 숭례문 화재사건 이후 한반도의 국운을 돌릴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다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한반도의 기가 보인 지리산 자락에 새로운 터를 잡고 이 기를 운용할 방법을 모색하였다. 숨겨진 터를 찾아내고 그 터에 발현되는 기를 잘 다스릴 수 있는 건물과 바위의 위치를 잡고 터를 완성해가는 도중에 문제가 발생하여 옥고를 치루기까지 했다. 범부로서 이 터를 만나고, 터가 가진 기운을 일깨워 하나하나 모양새를 찾아가던 여정이다. 완벽한 모습을 갖추기 전에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으려 했던 비밀이야기이다.

 

그에 말에 따르면 준비된 공간을 어떻게 운용할 것인가에 따라 국운은 물론 관여된 사람들의 삶에 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그 실례로 자신이 겪는 사고와 산청군수의 신변에 생긴 문제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 발생한 사건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다. 우선, 20082월 숭례문이 방화로 불에 탔다. 2009년부터 4대 국새가 유린 당하더니 결국 201011월에는 국민화합과 국운융성, 통일의 비원(悲願)이 담긴 대한민국 4대 국새가 폐기 처분됐다. 그러자 공교롭게도 천안함이 침몰되더니(2010.3.26.), 이어서 태안 고교생 해병대 캠프 사고(2013.7.18), 경주 리조트 강당 붕괴(2014.2.17), 세월호 침몰(2014.4.16.) 등과 같이 온 나라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대형 사건사고들과 이 터의 운용이 관련 있는지에 대해서는 차치해 두더라도 땅에 기운이 있고 그 기운의 자연스러운 흐름에 역행하는 행위가 가져오는 자연재앙은 공감하는 바가 있다. 굳이 우리 역사와 맥을 같이 했던 풍수사상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러운 자연경관을 헤치고 인위적인 인공물을 구축해서 자연경관이 훼손되는 것만으로도 좋지 못한 영향을 받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가 찾아낸 터에 등황전(騰皇殿)이라는 건물을 올리고 그 건물의 명칭을 짓는 것으로부터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이뤄가려는 모습은 인정하고 싶다. 미처 완성되지 못하고 의도와는 다른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 터가 2013세계전통의약엑스포 개최 장소로 사용되었다가 지금은 산청 '기체험장'으로 운용되고 있다고 한다. 저자의 못내 아쉬움이 묻어나는 이 터 운용에 대한 마음이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 앞으로 이 터의 운용이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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