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 평전
안도현 지음 / 다산책방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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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 시인의 눈으로 본 백석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자신의 속을 비워 그 사람을 내 가슴에 담는 일이다. 한 사람을 가슴에 담는 일이란 나로 인해 그 사람을 더욱 빛나게 하는 일이다. 하여, 그 일이 어찌 쉬운 일이겠는가? 온전히 내 가슴에 담고 그 사람으로부터 진정한 자유를 공유할 때 사랑하는 사람과 내가 자유로운 인간으로 거듭나게 된다. 여기서 사랑하는 대상이 꼭 이성일 필요는 없다. 남자와 여자와 같은 성별의 차이나 나이의 적고 많음의 차이도 상관없다. 같은 길을 걸어가는 사람일 수도 있고 전혀 다른 길을 걷는 사람일 수도 있다. 오직 한 인간과 한 인간의 만남이다.

 

여기 그런 귀중한 만남이 있다. 30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동안 짝사랑한 결과를 당당하게 밝히고 이제야 서로가 빛나는 관계를 정립한 사람들이다. 백석 시인과 안도현 시인이 그들이다. “맑은 시심을 바탕으로 낭만적 정서를 뛰어난 현실감으로 포착해온 시인이라는 평을 받고 있는 시인 안도현이 그가 짝사랑한 백석 시인의 삶과 시를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으로 백석을 찾아 빛을 내고 있는 평전을 펴냈다. 시인 안도현은 스무 살 무렵부터 백석을 짝사랑하고, 백석의 시가 내가 깃들일 거의 완전한 둥지였으며 어떻게든 백석을 베끼고 싶었다고 고백하며 그간의 노력을 담아 백석의 생애를 복원했다. ‘백석 평전이 그 책이다.

 

백석은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 중 한명이다. 시인 백석은 식민지시대와 일본유학, 만주표랑과 분단 이후 북한문단에서의 생활 등 한국현대사의 가장 치열했던 격동의 세월을 살았다. 한동안 한국의 지배이데올로기에 의해 거론 자체가 금기시된 문인들 가운데 한 사람이다. 최근 중, 고등학교 국어 관련 교과서에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여우난골족이 실리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대표 시집으로 사슴이 있다.

 

시인 안도현은 백석의 삶을 재현하는 과정에서 일제하 식민지시대 조선 문인들이 겪어야 했던 실상과 더불어 백석과 교류했던 문인들과의 관계를 밝혀 1930~40년대 문담의 실상을 알려준다. 백석의 모던보이의 소소한 일상에서 백석의 여인들까지, 오산학교에서 통영, 만주, 삼수군 협동농장까지 소설가에서 시인으로. 백석의 삶을 추적해 가는 과정에서 안도현이 다루는 부분은 문학, 식민지 경제, 분단정치 등 사회 각 분야를 망라하고 있다. 백석이라는 이름만큼 그의 작품과 삶에 대한 이해는 넓지 않은 우리의 현실에서 백석의 문학과 삶에 대한 가감 없이 이해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안도현의 백석평전으로 인해 그동안 부분적으로 조명되면서 때론 오류가 있었던 백석의 삶과 문학에 대한 기준점을 제시했다는 점, 백석의 시와 산문에 드러나 있는 내용과 그의 실제 행적을 비교해 몇 가지 새로운 사실을 밝혀냈다는 점, 해방 후 북한에서의 생활을 그려가며 잊혀진 백석의 삶의 재구성과 같은 긍정적인 측면에서 주목받고 있는 책이다. 백석을 짝사랑한 안도현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결과물이기에 백석과 더불어 저자 안도현도 재조명되는 기회가 될 듯하다.

 

사랑은 이렇게 위대한 창조를 한다. 고사에 등장하는 사숙(私淑)이 이들 둘 사이를 가리키는 것이 아닐까 싶다. 백석에 대한 안도현의 사랑은 사숙 그것을 넘어서 한국 문학사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긴 사람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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