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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을 위하여 - 우리 인문학의 자긍심
강신주 지음 / 천년의상상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인문학의 본질인 자유를 통해 본 김수영
현대인인 사회와 사람들과 소통하는 도구는 많다. 이는 자신의 목소리를 담아만 두었던 지난 시대와는 분명 달라진 점이다. 그 중심에 트위터나 페이스북이 자리한다. 자신의 생각에 즉각적인 반응을 확인할 수 있으며 공감하는 사람들과의 소통도 가능하며 보다 적극적인 자기주장을 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온 국민의 가슴에 트라우마를 남긴 세월호 사건을 겪으며 연일 울분과 걱정을 토로하는 글들이 페이스북을 점령하고 있다. 그 중심에 시인을 비롯한 문인들이 있다. 문인들이 시대정신에 부응하며 자신들에게 부여된 소임을 다하는 모습으로 모여 시린 가슴이 위안되기도 한다.
현대정치의 현안은 어제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길게는 양반 사회 조선으로부터 시작하여 짧게는 박근혜 정부에 이르는 시간동안 우리에게 내재된 문제의 발현이라고 보면 그리 틀린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문제는 그때그대 사람들이 실감하는 현실에 대해 직시하지 못하거나 알고 있으면서도 해결하지 못한 일련의 일들이 오늘 우리가 안고 있는 당면한 문제를 노정했다는 점이다. 이렇게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한 문제해결 의지가 모여 현안을 타파하려고 시도하는 노력이 오늘 문인들이 보여주는 모습으로 환원되고 있다고 본다면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져도 좋을 것이다. 근래 인문학이 화두로 대두된 한국의 미래는 그래서 희망이 있다고 본다.
오늘날 인문학 강의의 선두에선 철학자 강신주는 강단철학에서 벗어나 대중 아카데미 강연들과 책을 통해 자신의 철학적 소통과 사유를 가능한 많은 사람들과 나누기를 원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굴곡의 현대사인 1950~60년대를 철저히 자유인으로 살고자 했던 시인 김수영의 삶과 시를 통해 인문학의 본질과 인문학이 나아갈 길에 대한 강신주의 이야기를 펼쳐내는 책이 강신주의 ‘김수영을 위하여’라고 보인다.
김수영에 대한 강신주의 이야기에 앞서 김수영은 어떤 사람인가를 살펴보자. 시인 김수영은 일제 강점기인 1921년에 태어나 해방과 한국전쟁 그리고 4.19와 5.16 등 민족의 운명을 뒤바꾼 굵직한 사건이 일어났던 시대를 살았다. 한국전쟁 과정에서 남북을 오가는 우여곡절을 겪고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 2년간 수감되어 있다가 석방되었다. 이후 본격적인 시를 쓰며 시인으로 살고자 했으며 ‘달나라의 장난’(1959)을 발간하였다. 1968년 불의의 교통사고로 갑자기 타계하기 직전에 쓴 ‘풀’은 1970년대 민중시의 길을 열어놓은 대표작의 하나로 평가되고 있다. 오늘날 시인 김수영에 대한 평가는 민족 시인이나 참여시인 등으로 모아졌다.
강신주의 ‘김수영을 위하여’에서 김수영에 대한 이야기의 근거는 이 책의 편집자가 건넨 1981년에 발간된 《김수영 전집》에 근거하고 있다고 보인다. 이를 통해 김수영의 삶과 시를 살펴 김수영의 삶과 시에 투영되어 있는 근본정신이 무엇인지를 밝힌다. 강신주가 밝히는 김수영의 근본정신은 인문주의에 근거하고 있다고 본다. 즉, 자유인 김수영에 대한 인문학적 접근을 통해 현실인식과 시, 시인과의 관계를 인문정신의 뿌리를 간직한 시인 ‘김수영’이라는 시각으로 접근 분석해내고 있다.
“위대한 작품을 남겼던 작가들의 공통점은 그들이 다른 누구도 흉내 내지 않고 자기만의 목소리를 자기만의 스타일로 남겼다는 데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하루라도 빨리 회복해야 할 인문정신입니다. 그렇습니다. 인문정신을 회복하는 순간, 우리는 정치가나 자본가, 혹은 멘토의 말을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무력감에서 벗어나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제가 저 자신에게 그리고 여러분에게 원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인문정신을 제대로 갖춘 사람은 우리에게 항상 물어봅니다. 스스로 주인으로 사유하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당신은 용기가 있는가? 당신은 주인으로서의 삶을 감당할 힘이 있는가?”
인문정신의 중심 키워드는 ‘자유’다. 이 자유는 개인이 자신의 목소리로 자신의 삶을 주장할 수 있는 근거다. 시인들은 자신만의 시를 갈망한다. 자신만의 시는 자신만의 독특한 삶을 바탕으로 가능한 것이다. 이 점이 바로 문인들이 현실문제 해결의 선두에 설 수 있는 근거로 보고 있다.
강신주의 김수영에 대한 이 ‘김수영을 위하여’는 50년 전 사람과 현재 사람 강신주가 공존한다. 그 공존의 공통분모는 자유를 중심으로 한 인문정신이다. 현재의 인문학자가 김수영은 시인이자 혁명가였고, 진정한 인문정신의 소유자로 평가한다. 강단에서 내려와 대중과 함께 인문정신의 실현에 남다른 애정을 쏟고 있는 강신주와 통하는 부분이다. 강신주의 거칠 것 없는 자기주장이 여기서도 펼쳐진다. 이는 자신에게 맞는 자신의 특정한 부분을 건드려주고, 보여주고, 허영을 깨주고, 바닥을 보여주는 그런 '철학'을 강조하는 강신주의 시각이 반영된 결과이다. 김수영에 대한 재해석에서 강신주가 주장하는 바에 주목할 때 인문정신의 발현은 그리 어려운 일만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