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엄마의 느림여행 - 아이와 함께 가는 옛건축 기행
최경숙 지음 / 맛있는책 / 201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강요당하지 않은 여행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마음은 비슷할 것이다.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잘 자라는 것 말이다. 딸아이 하나를 키우며 아이에게 물려주고 싶은 것이 있었다. 가슴에 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아름다움을 담고 살아갈 수 있다면 그 단초라도 만들어 주고 싶었던 것이다. 하여, 선택한 것이 딸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이다. 산과 들, 옛 문화유적을 찾아다니며 무엇이든 느껴지는 것이 있다면 가슴에 남을 것이고 여기에 더하여 가족과의 소중했던 시간까지 더해진다면 훗날 아이가 살아가며 든든한 힘이 될 것이라는 믿음에서 출발한 것이다.

 

여기 이런 부모마음에서 출발한 여행이 있다. 엄마가 자신이 전공하고 건축 분야를 기본으로 역사와 문화, 자연이 어우러지는 현장을 발로 다니며 시간을 공유하는 여행을 나섰다. 이름 하여 건축가 엄마의 느림여행이 그것이다. 건축을 전공하며 시작된 답사여행이 가족 중심의 여행으로 전환되는 과정에 느림여행이 중심에 선다.

 

저자는 우리나라를 느림여행을 할 수 있는 권역별로 나누고 무엇인가를 봐야하고 공부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가족이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는 여행-느림여행이라는 테마로 한 가족 답사여행의 가이드북이다. 남도 땅 담양을 시작으로 충북 보은과 충주에 이르는 전국을 열네 개 권역으로 나누고 찾아간 답사여행의 중심은 고택, 사찰, 정자, 전통가옥 등이지만 그것만이 아니다. 자연과 어우러지는 대상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만나는 자연 자체가 전해주는 정서도 톡톡히 한 몫 한다.

 

이와 비슷한 테마로 출발한 책이 있다. 이용재의 딸과 함께 떠나는 건축여행이 그것이다. 최경숙의건축가 엄마의 느림여행과 이용재의딸과 함께 떠나는 건축여행의 차이점이라면 여행의 동반자인 딸이나 가족이 이 여행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이용재의 책이 여행의 동반자를 적극적으로 끌어드린다면 최경숙의 여행이 그냥 동반에 가깝다. 이 둘의 여행기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점이 있다. 건축이 역사와 동떨어질 수 없는 것이기에 역사를 소개하고 해석하는 것에 대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점이다. 자연물이나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건축물에 대해 정확한 사실을 알려줘야 한다는 것은 기본적인 사항이지만 전공자가 아닌 부분에서는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이 두 책은 각기 잘못된 사실을 전하고 있다. 최경숙의건축가 엄마의 느림여행에서 선암사 편에 연못가의 나무를 버드나무로 소개하고 있는데 이는 수양매화의 잘못된 소개다.

 

한국 전통전축을 이해하는 데에는 상당한 기본 지식이 필요하다. 건축을 구성하는 기본적인 요소를 알지 못하면 역사적 가치를 제대로 알 수 없는 한계를 가진다. 이 책의 저자는 이러한 필요성으로부터 책의 서두에 전통주거, 사찰, 서원과 정자, 풍수지리에 전통건축에 관한 용어 정리까지 제공하고 있다. 특히 지붕구조에서 공포, 칸을 비롯한 전통전축을 구성하는 용어는 전공자가 아니면 이해하기 힘든 경우다. 이를 바탕으로 전통전축이 만들어지고 시간을 견뎌온 흔적을 이해할 수 있는 저자의 해설을 따라가는 여행기는 그래서 저자의 의도를 강요하지 않아서 자연스럽게 읽힌다. 건축, 역사, 문화, 자연과 함께하는 느림여행에서 자연스럽게 공유되는 무엇이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할 수 있는 마음이 돋보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