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당공부, 오래된 인문학의 길
한재훈 지음 / 갈라파고스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공부, 분명 다른 길이었다

공부(工夫)라고 하면 우선 영어단어 외우고 수학문제 풀며 쌓여있는 학습지를 해결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되는 현실이다. ‘학문이나 기술을 배우고 익힘이라는 공부(工夫)의 사전적 의미에서도 공부의 본질적 의미를 찾기가 어려워 보인다. 살아보니 우리가 공부라고 여겼던 것들이 삶을 살아가는데 그렇게 많은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었다. 사람이 살아가며 진정으로 필요한 것을 배우는 것을 공부라고 한다면 그러한 공부는 사라진 것일까?

 

요사이 한국 사회는 인문학을 빼놓고선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어 보인다. 그 인문학이 이런 열풍의 중심에 선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이는 인문학의 본질적 의미에서 출발하는 것과 우리의 현실이 인간의 본질적인 삶과 동떨어진 결과로 무엇인가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아야만 현실의 팍팍함으로 점철된 삶의 문제를 해결해 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어우러진 결과물이라 생각한다. 인문학의 본질이 사람의 삶에 관한 이해를 넓히고 그 지향점을 찾아가는 것이라면 우리시대 인문학 열풍은 분명 의미 있고 반드시 필요한 것이며 이제라도 인문학이 그동안 떠나 있었던 사람의 곁으로 다가온 것이어서 반갑기 그지없다.

 

우리에게도 공부가 사람의 삶의 본질을 찾아가는 것으로 존재했던 때가 있었다. 역사 속 선비들의 학문이 바로 그러했으며 가깝게는 서당이라고 하는 곳에서 공부의 시작을 했던 선배들의 경험이 있다. 하지만, 교육제도가 바뀌고 서양의 물질문명을 가치판단의 기준에서 우선시하면서부터 이러한 공부의 의미가 바뀌었으며 길을 잃고 헤매는 현실을 불러왔다고 보인다.

 

이러한 시대를 살면서도 옛날 선배들이 공부했던 방식으로 서당이라는 곳에서 공부한 사람이 있다. 우리시대에 흔치않은 사람이지만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것도 현실이다. ‘서당공부, 오래된 인문학의 길을 펴낸 저자 한재훈이 바로 그 사람이다. 한재훈은 모두가 정규학교에 갈 나이에 서당공부를 시작했다. ‘서당에서 15년 동안 한학을 배우고 다시 대학에 입학해 철학을 공부했다. 50대 중반 사람에게나 가물가물한 기억 속 남아있을 그 서당에서 옛공부를 한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서당의 커리큘럼, 일과, 공부의 평가 등을 생생하게 보여줌과 아울러 서당공부가 지향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방점은 오히려 서당공부가 지향하는 것에 있다고 보인다. 그것이 현재 우리가 주목하고 있는 인문학의 정신과 일맥상통한다고 본다.

 

진정한 인문학의 길이 서당에서 했던 공부에 있었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현재 우리가 하는 공부가 무엇인가 본질에서 조금은 벗어난 길을 가고 있다는 점을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서당공부에서 스승과 제자의 관계의 본질적 측면에 대해 주목하며 공자와 이황의 경우를 들어 스승과 제자가 걸어야 할 길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준다. 공부의 본질적 측면에서 스승과 제자의 만남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알게 한다.

 

사자소학, 추구 등으로 시작한 서당공부가 소학, 대학, 논어, 맹자 등 경전 공부와 암송으로 그 과정에서 함께하는 붓글씨, 한시 짓기 등 서당공부가 지향하는 점은 위기지학으로 모아져 위인지학으로 나아가는참 공부로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참 공부는 결국 현재의 인문학이 해결해야 할 것으로 이어진다고 본다. 저자는 서당을 통해 인문학적 전통이 있었음을 확인하며 우리의 현실인식과 해결방안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불러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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