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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혼
배명훈 지음 / 문예중앙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연인사이의 거리는?
사람관계에서 시간과 거리는 어떤 작용을 할까? 꼭 물리적인 시간과 거리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보통의 경우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을수록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함께 한 시간에 의해 가까운 사이가 될 가능성이 많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시간과 거리는 두 사람의 관계에 종류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흔하다. 사랑하는 사람 사이라면 함께하는 시간이 많을수록 두 사람의 친밀도는 더 가까워질 것이며 거리가 멀다면 함께하는 시간의 제약으로 인해 예기치 못한 다양한 문제를 노출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의 관계에서 어느 정도의 거리가 적당할까? ‘서로가 사로에게 별이 되는’ 거리는 어떨까? 밤하늘의 별을 보며 그 별에서도 지구를 별로 인식할만한 거리라면 시공을 초월한 시간이 거리일 것이다.
배명훈의 ‘청혼’은 우주와 지구라는 두 공간의 거리를 두고 사랑하는 사람의 이야기다. 중력이 존재하지 않은 곳에서 태어난 사람과 지구에서 태어난 사람 사이의 사랑이니 서로 처한 조건의 상이함만큼 상상을 초월한 시간개념이 등장한다.
우주공간에서 전투 중한 남자가 지구의 여자에게 자신이 치룬 전투와 처한 환경을 적어 ‘청혼’ 편지를 보내는 형식의 이 소설은 중심무대가 우주공간이다. 광속이라는 단위에 의해 시간을 계산하고 공기가 없어 소리가 전달되지 않은 환경이다. 그 속에서 우주전함을 타고 전투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저자의 상상력이 빛을 발하여 우주공간에서의 전투일상이 비교적 상세하게 그려진다. 무한한 공간이 우주에서 서로의 존재를 별로 인식하는 거리만큼 떨어진 고립상태를 겪어가며 전쟁 중인 남자의 마음이 지구라는 공감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에게 어떻게 전달될 수 있는지에 대한 탐구와도 같다. 이는
“빛으로 딱 30초 거리만 떨어져 있어도 내 눈에 보이는 풍경이 30초 뒤에도 그대로일 거라고는 확신을 못해. 이미 진실이 아닌 거지. 거리가 멀수록 모든 게 왜곡돼서 결국 그 어느 것도 투명하게 느껴지지 않는 순간이 오는 거야. 빛의 속도로 30초. 그게 얼마나 먼 거리인지 실감이 나니?”
라는 문장에서 드러나고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별이 되는’라는 물리적 거리감이 두 사람에게 어떤 작용을 할지 주인공의 고백을 통해 담담하게 탐구해 가고 있다. ‘사랑이 가져오는 두려움과 외로움, 애틋함’이 ‘서로가 서로에게 별이 되는’곳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우주공간의 적막함을 통해 그려간다. 우주와 인간, 사랑과 외로움, 시간과 존재와 같은 사랑에 대해 본질적인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것이다.
우주와 지구라는 물리적 거리는 결국 사랑하는 사람 사이의 거리를 이야기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중력의 지배를 받는 것과 같은 동일 환경에서 살아가는 사람일지라도 두 사람 사이의 거리를 서로가 서로에게 별이 되는 거리만큼의 상실감을 느낄 때도 있다. 전투를 벌이지만 적이 누구인지도 확실치 않은 것과 같이‘사랑과 외로움’이 동시적으로 작용하는 보통의 사람들 사이에서는 어떤 해결방법을 찾아야 할까?